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誤發彈)>
▶ 줄거리
주인공 철호는 계리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박봉으로 살아가는 샐러리맨이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충격으로 "가자!"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앓아누운 노모를 비롯해서, 만삭의 아내, 부상으로 제대한 아우 영호, 그리고 양공주가 된 누이동생 명숙 등 부양가족에 대한 책임과 염려로 항상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면서 부정적인 현실 조건에도 불구하고 양심과 성실성을 지키며 살아가려 하는 인물이다. 반면 동생 영호는 양심이나 윤리 따위는 아랑곳없이 세상 돌아가는 대로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철호는 은행 강도로 수감된 동생 영호의 사건과 출산으로 인한 아내의 죽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이르게 된다.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던 철호는 치과에 들러 평소 앓던 이를 모두 빼어 버리고는 과도한 출혈로 점차 의식을 잃어 간다. 무작정 택시에 올라탄 철호는 가야 할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몽롱한 의식 상태에서 자신의 병든 노모처럼 "가자!"라고 외친다. 택시 기사의 말처럼, 그의 인생은 '오발탄'인 것이다.
작품 감상의 길라잡이
이 시나리오는 1959년에 이범선이 발표한 소설 <오발탄(誤發彈)>을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은 특히 전후(戰後) 한국 사회의 빈곤과 부조리(不條理)를 고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작이었다. 성실하게 살아 보지만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철호, 물질적 가치관에 물들어 있는 영호, 가난에 찌들어 웃음을 잃어버린 아내,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신 이상자 어머니, 양공주가 된 명숙의 이야기를 통해 1950년대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고발하고 전쟁의 폭력성과 그에 휘말려 몰락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 준다. 특히, 철호와 영호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 가치관의 극명한 차이가 전후 사회의 모순된 현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며,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철호와 철호의 삶을 행복하게 버려두지 않는 거대한 사회 사이의 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본문에 실린 부분(S#100~S#122)은 이 시나리오의 하강과 대단원이다. 은행을 털다 경찰서에 수감된 동생 영호를 면회하고 난 후 허탈함에 사로잡혀 있던 철호가, 아내의 죽음에 직면하여 극도의 절망 상태에서 앓던 이를 무리하게 뽑고, 과다한 출혈로 인해 점차 의식을 잃어 가면서 황폐한 서울의 거리를 갈 곳 모르고 방황하는 장면이다.
출혈로 인한 의식의 상실 속에서 설렁탕을 사먹는 철호의 행동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반항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자동차 안에서의 철호의 독백 장면은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이 담겨 있는 대목으로, 황폐하고 현기증 나는 현실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에서 신음하는 인간의 실상이 제시되어 있는 부분이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꺼져 가는 유성과 목적지를 모른 채 달려가는 자동차는 출구 없는 현실의 절망적인 상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 -2-
아울러 이 작품은 원작 소설의 특징과 감동을 최대한 살리면서 여러 가지 영상 기술을 도입하여 비극적 인물상들을 조명하고 있다.
☞ 시나리오 <오발탄>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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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후의 불안하고 절망적인 사회 현실을 사실적이고도 신랄하게 묘사(비판·고발)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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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절망적인 상태로 끝남으로써,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김. *주인공의 내면에 자리 잡은 허무 의식 표출에 중점을 두고 있음. *고도의 영상 기술을 도입하여 비극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담고 있음. |
◉ 등장인물 ◉
(1) 철호 : 계리사(計理士 '공인 회계사'의 전 용어) 사무실 서기로 일하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성실히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동생 영호가 권총 강도짓을 하고 아내와 아이가 죽자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2) 영호 : 철호의 동생으로 사회적 모순에 반발하여 한탕주의로 살아가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인정에 끌려 차마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며 이로 말미암아 범행이 발각되어 수감된다.
(3) 어머니 : 철호의 어머니로 전쟁 통에 정신이상이 된다.
(4) 명숙 : 철호의 여동생으로 생계를 위해 양공주 생활을 한다.
(5) 아내 : 명문 여대 음악과 출신이지만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출산 중에 죽는다.
▦ 내용 고갱이 ▦
1. 작자 : 이범선(李範宣) 원작, 나소운(羅素雲)·이종기(李鍾璣) 각색.
2. 갈래 : 각색 시나리오.
3. 성격 : 사실주의적, 비판적, 사회 고발적.
4. 배경 : 6·25 전쟁 직후, 서울 해방촌 일대.
☞ 해방촌 : 해방과 6·25 전쟁으로 인해 실향민이 된 사람들이 당국의 묵인 아래 산비탈, 하천변의 공유지마다 만든 판잣집 동네이다. 해방촌은 말 그대로 해방과 함께 생겨나고 6·25 전쟁과 함께 자란 시대의 산물이다.
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 -3-
5. 이 글의 특징
(1) 내용 : 원작, 소설'오발탄'의 특징과 감동을 십분 살리고 있다. 6·25 직후의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가치관이 상실된 어두운 사회상을 비판하고 고발한다.
(2) 구성 : 문제의 명확한 해결보다는 절망적인 상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끝을 맺어,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3) 표현 : 주인공 송철호의 인간상과 내면의 허무 의식 표출에 역점을 두어 표현하고 있다. 뛰어난 심리 묘사에 성공한 원작의 예술성을 영화로 승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도의 영상 기술을 도입하여 비극적 인물상들을 조명한다.
6. 제재 : 전후 철호 일가의 비참한 삶.
7. 출전 : <한국 시나리오 선집> (원작은 1959년, 각색은 1961년).
◎ 구성 돋보기 ◎
[발단] 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철호는 월남 가족의 가장으로 어머니, 만삭의 아내, 동생 영호, 여동생 명숙과 해방촌의 판잣집에서 살아간다.
[전개] 그의 어머니는 전쟁으로 인한 충격으로 “가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여동생 명숙은 양공주가 된다. 동생 영호는 제대하고 2년이 넘도록 방황하면서 철호의 양심적인 삶을 거부하고 속물적 삶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면서 양심과 성실성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한다.
[위기] 철호는 은행 강도로 수감된 영호의 사건과 출산으로 인한 아내의 죽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이르게 된다.
[절정]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던 철호는 치과에 들러 평소 앓던 이를 모두 빼어 버리고는 과도한 출혈로 점차 의식을 잃어 간다.
[대단원] 택시에 올라탄 철호는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몽롱한 의식 상태에서 “가자······”라고 외친다.
▣ 어휘 깁고 더하기 ▣
S#66. 철호의 집 앞
*철호가 뜨락에 들어서는데 “가자!”하는 어머니의 소리.
: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의 말로, 전쟁 때문에 가지 못하게 된 고향을 향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드러난 말이다. 나중에 나오는 철호의 ‘가자’와 차이는 있지만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린 의식 자체는 공통점이 있다.
*“어머니, 어디로 가자시는 말씀입니까?”
: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실적으로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비애가 드러난 말로, 현실의 절망감이 잘 표현된 말이다.
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 -4-
S#74. 철호의 집 방 안
*취직이요? 형님처럼 전찻삯도 안 되는~남의 살림이나 계산해 주란 말예요?
: 영호의 한탕주의적 성격이 드러난 말이다. 영호는 철호와 달리 취직해서 월급 받는 월급쟁이로는 살지 않겠다는 뜻이다.
*네. 분명히 용기지요. : 영호가 뭔가 대단한 일을 꾸밀 것이라는 의도와 의지를 담은 말투로 앞으로 영호에게 어떤 사건이 생길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영호야! 그렇게 살자면 이 형도 벌써 잘 살 수 있었단 말이다.
: 주인공 철호와는 달리 동생 영호는 양심이나 도덕보다는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S#103. 철호의 방 안
*고리짝 : 고리버들의 가지나 대오리 따위로 엮어서 만든, 상자 같은 물건(옷 담음).
S#107. 거리→소리와 화면을 동시에 대립시키는 몽타주 기법을 사용함.
※몽타주 기법 : 결합, 또는 짜서 꾸민다는 뜻으로 영화 기법의 하나이다. 하나하나 찍은 여러 장면을 적당히 맞추어서 하나의 효과적인 인상을 낳는 것인데, 화면끼리의 결합뿐만 아니라 소리와 화면을 결합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수법을 통해 더욱 선명한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다.
*영호야! 그렇게나 살자면 이 형도 벌써 잘 살 수 있었단 말이다.
: 영호는 양심, 법률 등은 가진 자의 논리에 불과하므로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고 주장하는 인물임. 주인공 철호와는 달리 동생 영호는 양심이나 도덕보다는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정기(精氣) : 정신, 영혼.
*정시(正視) : 정면에서 똑바로 봄.
S#110. 다른 거리
*그는 길 옆에 늘어선 가게의 진열장을~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아내의 죽음으로 극도의 절망에 빠진 철호의 내면을 잘 보여 주는 부분이다. 계속해서 거리를 걷고는 있으나 허탈감과 무기력감에 젖어 있는 그에게 그러한 행동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할 뿐이다.
*환 : 1953년 2월 16일부터~1962년 6월 9일까지 통용된 우리나라 화폐의 단위.
*철호가 주머니에서 만 환을~결심한 듯 안으로 들어간다.
: 여기에서의 만 환은 여동생 명숙이가 아내의 입원비로 쓰라고 준 돈이다. 아내가 죽은 이상, 이 돈은 철호에게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 -5-
S#111. 동 치과 안
*타구 : 가래나 침을 뱉는 그릇.
*몽땅 뽑았으면 좋겠는데요.
: 지금가지는 돈 때문에 이가 아파도 뽑지 못하고 참아 왔다. 그러나 아내와 아이가 죽어 버리고 자신이 의지해 왔던 모든 희망이 무너져 버린 지금엔 더 이상 그의 치통은 참을 수도, 참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 이를 모조리 뽑기로 한 것의 의미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철호가 이를 모두 뽑는 것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항거로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 그가 지켜 왔던 양심이라는 걸림돌을 뽑아 버리려는 의도, 혹은 지금까지 그를 얽매어 왔던 가난과 가족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의식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S#118. 동대문 부인과 산실
*아이는 몇 번 앙! 앙! 거리더니 이내 그친다.
: 아이의 죽음을 암시한다. 작품 전체에 깔린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맥이 닿아 있다.
S#120. 자동차 안
*오발탄 : 잘못 발사된 탄환. 방향 감각을 잃고 횡설수설하는 철호를 두고 한 말임.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 어디론지 가야 하지만 그 갈 곳을 모른다는 점에서 철호는 잘못 발사된 탄환과도 같은 존재이다. 부조리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한 인간의 불행과 비극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로, 이 작품의 주제와도 밀접한 부분이다.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 철호는 성실하게 일하지만 아이의 신발 하나 마음대로 사 주지 못하는 형편에 있다. 게다가 “가자!”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노모, 젊은 시절의 꿈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다 죽은 그의 아내, 생존을 위해 강도 행각을 벌이는 동생, 양공주로 전락해 버린 동생······, 이런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여 스스로를 ‘조물주의 오발탄’이라 말한다. 이것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의 질서 밖으로 밀려난 비참하고 무기력한 자기 자신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가자······ : 이 작품의 앞부분에서 반복되는 철호 어머니의 '가자'는 전쟁 때문에 가지 못하게 된 고향을 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여기에서 철호가 택시 운전사에게 말하는 “가자······.”는 전후 사회의 혼란상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망설이는 현대인의 방향 상실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마음의 정처를 잃었다는 의식 자체는 공통적이다. 가야 할 목적지를 모르지만 어쨌든 가야만 하는 압박감이 드러나 있는 부분으로 ‘현실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다.
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 -6-
S#121. 하늘
*유성(流星)이 하나 길게 꼬리를 문다.
: 유성이 길게 꼬리를 물고 떨어지는 모습은 아무런 탈출구도 없이 절망에 처한 철호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올바로 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헛된 꿈으로 끝나고 마는 현실적 비극과 절망을 유성에 투사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장면의 특징
: S#120은 인물의 절망적인 심리 상태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S#121과 동일하나, 인물의 심리를 대화와 방백으로 드러낸 다는 점에서 배경의 상징적 의미로 드러내는 S#121과 차이를 보인다.
S#122. 교차로
*철호가 탄 차도 목적지를 모르는 채~멀리멀리 사라져 간다.
: 목적지 없이 부동(浮動)하는 전후의 소시민상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 이 작품에서 장면의 빈번한 전환이 지니는 의미는?
: 부조리(不條理)한 현실을 고발함.
※ 부조리(不條理) : 전후(戰後) 문학에서 주요한 개념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의 관계가 이치·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리하여 부조리한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철저한 단절 속에서 인생을 목적 없이 살아가게 된다.
▶ 이것만은 꼭! 철호의 '치통'이 가지는 의미
: 철호의 치통은 곧 그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상징한다. 그는 그 고통을 그래도 참고 살 수도 있고 이를 빼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전자는 고통스럽고 후자는 돈이 든다. 그는 지금가지 생활고 때문에 그 고통을 참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 절망에 빠진 그는 아픈 이들을 모두 뽑기로 결정한다. 철호의 그러한 행위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항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동생 영호와는 대조적으로) 그라 지켜왔던 양심이라는 가시를 뽑아버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것이다. 혹은 지금가지 그를 얽매여 왔던 가난과 가족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의식을 보여 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발치(拔齒)의 결과는 과다 출혈과 실신과 죽음이다. 그에게는 탈출구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설정이야말로 부조리 의식에 가깝다.
☺··· 주제는 바로 ☞ (1) 전후(戰後) 한국 사회의 빈곤과 가치관이 상실된 세태 비판.
(2) 전후의 부조리한 현실과 소시민의 고통스런 삶.
나소운·이종기 각색 <오발탄> -7-
▶ 참고 자료
☞ 영화의 특성
: 영화나 TV는 렌즈를 통해서 필름에 기록되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① 시간과 공간의 비약 : 시간과 공간을 비약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영화나 TV가 연극과는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연극에서는 가령 사람을 찾는 과정을 표현할 때 강원도에서 서울, 부산, 대구, 제주도 등 전국을 차례로 찾아다닐 수는 도저히 없다.
② 시각의 무기화 : 영상 예술에서는 어느 한 부분만을 보여 주는(보통 클로즈업이라고 하는) 수법이 있다. 이것은 영상의 표현 수법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연극에서는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소리 내어 읽지 않으면 관객에게 그 내용을 전할 수 없으나, 카메라는 그 편지를 직접 보여 줌으로써 관객에게 전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는 배우의 얼굴에 나타나는 아무리 작은 감정의 움직임이라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 영화 '오발탄'의 평가
: 1961년 유현목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6․25 이후 인간을 절망의 밑바닥에 떨어뜨리는 빈곤과 폭력, 부조리로 점철된 사회를 철저한 리얼리즘 영상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 위주의 영화 기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을 많이 도입한 점이 주목된다. 예컨대 한 장면을 철저하게 끌어 화면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철저하게 응시하게 하거나 또는 한 장면 안에 이미지끼리 몽타주를 하거나, 또는 소리와 화면을 대립시키는 몽타주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철호의 방황 장면을 10분 이상 롱 테이크(Long-Take) 기법으로 보여 줌으로써 영상 리얼리즘의 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이 유현목 감독의 영화 “오발탄”은 원작 소설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성격의 영상적 감동을 전달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