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法頂) <무소유(無所有)>
작품 감상의 길라잡이
수필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사색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단순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도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발견해 낸다. <무소유(無所有)>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간디 어록>을 읽고 생각한 간디의 생활상이고, 또 하나는 지은이의 난(蘭)에 얽힌 체험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소유욕이 빚어내는 역사의 비극과 인간성의 상실을 경계하며, 이러한 욕심에서 해방될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라는 이 수필의 결구는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할 인생의 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또한 지은이 자신의 인생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은 작자의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의 괴로움과 번뇌는 어떤 것에 집착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소유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는 수필이다. 인간의 소유욕은 무한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가지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욕심에 의해 괴로움과 번뇌가 생겨나고, 소유함으로써 그것에 얽매이고 만다. 인간의 역사는 자기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소유사(所有史)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작자는 소유욕을 버림으로써 그것보다 더 큰 마음의 평정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담담하게 서술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준다. 평범한 마음 자세 가운데 삶의 깊은 진리를 스스로 터득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글이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주제와 작자의 종교가 갖는 상관성 때문에, 주제가 매우 형이상학적이고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이치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게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실 평범한 인간에게는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린다는 것은 그것의 필요성의 정도에 관계없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자의 표현대로 인간의 역사는 소유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성정(性情), 이런 상황에서 인간에게 소유욕을 버리라는 권유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이 글이다.
작자는 그러한 의문을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폐해를 직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풀어 보고자 한다. 불도에 정진하는 승려인 필자조차도 무엇인가를 가짐으로써 저절로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게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 작자가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의해 자신이 얽매임을 당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불승(佛僧)으로서의 작자의 깨달음의 한 과정으로서 무소유 사상을 얻게 된 이치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이 글은 작자 자신이 가고 있는 구도(求道)의 길이 주는 경건함과 구체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힘을 지니고 있다.
법정 <무소유> -2-
▦ 내용 고갱이 ▦
1. 갈래 : 경수필
2. 성격 : 사색적, 체험적, 교훈적, 형이상학적
3. 표현상 특징
(1) 자신의 체험을 고백적 말하기를 통해서 서술함.
(2) 일화와 인용을 통해 철학적 주제를 구체화함.
(3) 사색적이고 담담한 태도를 유지함.
4. 제재 : 난(蘭)과 관련된 생활 체험. 소유와 무소유
5. 출전 : ≪현대 문학≫ (1971)
◎ 구성 돋보기 ◎
☞ <무소유> 전체의 구성
구성 단계 |
|
내용 |
예화 예시 |
--- |
<간디 어록>의 내용 소개 |
깨달음 |
--- |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 |
자신의 경험 |
--- |
난초에 대한 집착에서 괴로움을 느낌 |
결론(일반화) |
--- |
무소유의 원리를 깨달음 |
☞ <소유>와 <무소유>의 관계
소유 |
|
무소유 |
집착 |
|
자유 |
괴로움 |
⇒ |
홀가분함 |
국가 간의 싸움 |
|
싸우는 일 없음 |
이해(利害)와 정비례 |
|
온 세상을 갖게 됨 |
▣ 어휘 깁고 더하기 ▣
*탁발승(托鉢僧) : 집집마다 시주를 얻으러 다니는 중
*요포(腰布) : (인도나 아라비아 사람들의 복장에서) 허리에 매는 넓은 띠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地上)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 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재물에 집착하는 것의 허망함.
② ‘지상(地上)의 적(籍)’은 호적, 학적 등과 같이 자기의 일신상의 일을 적어 놓은 명부. 여기에서는 ‘세상살이’라는 뜻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 소유의 두 가지 측면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 ‘소유를 당하다.’라는 피동적 표현을 통해 소유가 주는 속박을 표현함. 작가는 무언가를 소유하게 되면 도리어 그것이 인간을 소유하게 됨을, 즉 소유의 역설을 말하고 있음.
법정 <무소유> -3-
*그 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필요 이상으로 실내 온도를 높이곤 했었다.
: 난초에 대한 지극한 정성과 애정이 드러남.
*청청 : 싱싱하게 푸름.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 소유에 대한 집착을 느끼지 못했을 때의 편안한 마음 상태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 소유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긴 괴로운 마음 상태
*집착(執着)이 괴로움인 것을. : 작자가 깨달은 내용(소유→집착→부자유→괴로움)
☞ ‘난초’의 상징성 : 난초는 작자에게 기쁨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끊임없이 집착하게 하는 존재이고 작자를 구속하는 존재로서, 바로 ‘소유욕’이나 ‘집착’의 대상을 의미한다.
*산철 : 승가(僧家)의 유행기(遊行期). 승려들이 안거(安居)를 끝낸 뒤, 속세를 돌아다니면서 수행하는 기간
*날을 듯 홀가분한 해방감. : 집착과 구속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함.
*유정(有情) : (불교에서) 마음을 가진 살아 있는 중생->난초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 집착에서 벗어나는 해방감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 깨달음의 실천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 소유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하고 투쟁해 온 것이 인간의 역사라는 뜻임. 이와 같은 역사관은 역사를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보는 ‘유물사관(唯物史觀)’과 통하는 것이다. 글쓴이는 역사를 그렇게 인식하면서 인간이 소유욕을 버리면 갈등과 투쟁도 없을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자 한 것이다.
☞ 유물사관(唯物史觀) : 사회의 제 현상의 성립˙연관˙발전 방법을 변증법적 유물론의 입장에서 설명한 마르크스주의의 역사관. 사회의 정치적˙문화적 특징은 근본적으로는 생산 양식에 규정되며, 생산 양식은 생산력의 발전에 대응하여 변혁된다고 한다.
*불사(不辭) : 사양하지 않음. 기꺼이 함.
*소유욕은 이해(利害)와 정비례한다.
: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정도가 클수록 소유욕이 커지고, 그 정도가 작을수록 소유욕도 작아진다는 의미->소유욕이란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서 온다.
*맹방(盟邦) : 목적을 서로 같이 하여 동맹을 맺은 나라
*소유사(所有史) : 소유하기 위해 싸워 온 역사
*무소유사(無所有史)로 그 향(向)을 바꾼다면
: 소유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역사로 전환한다면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 자기가 무언가를 가지게 되면 다른 사람이 그 만큼 못 가지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못 가진 사람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된다는 뜻
법정 <무소유> -4-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떠나갈 것이다. : 자연으로 돌아감. 죽음
*물량(物量) : 소유물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 ‘크게 버리는’과 ‘크게 얻을’은 서로 상반된 내용으로 모순된 논리 적용을 통해 어떤 깨달음이나 진리를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역설법이 구사되었음. 그런데 이러한 역설법에서는 앞의 내용은 실제적인 행동이나 사실을, 뒤의 내용은 그로 인한 결과나 믿음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임. 따라서 이 말은 ‘아무것도 갖지 않은 무소유자가 될 때 비로소 참된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임.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
: ① 역설적인 진리. 마음을 비웠을 때 비로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
② ‘무소유의 역리’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소유에 대한 욕심을 모두 버린다’는 뜻으로, 소유욕에서 벗어나 비로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마음의 참된 자유와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
☺··· 주제는 바로 ☞ 진정한 자유와 무소유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