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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본문스크랩] [소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by 심자한 2010. 3. 7.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 줄거리 ◆

  봉평장의 파장 무렵,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서 속이 상한다. 조 선달에 이끌려 충줏집을 찾는다. 거기서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허 생원은 대낮부터 충줏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몹시 밉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계집하고 농탕질이냐고 따귀를 올린다. '동이'는 별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난다. 허 생원은 마음이 좀 개운치 않다.


  조 선달과 술잔을 주고받고 하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온다. 나귀가 밧줄을 끊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허 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알았던 '동이'가 그런 기별까지 하자 여간 기특하지가 않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다음 장터로 떠나는데, 마침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의 정경에 감정이 동했음인지 허 생원은 조 선달에게 몇 번이나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한때 경기가 좋아 한밑천 두둑이 잡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노름판에서 다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평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메밀꽃이 핀 여름 밤, 그날 그는 토방이 무더워 목욕을 하러 개울가로 갔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났다. 성 서방네는 파산(破産)을 한 터여서 처녀는 신세 한탄을 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허 생원은 처녀와 관계를 맺었고, 그 다음 날 처녀는 빚쟁이를 피해서 줄행랑을 놓는 가족과 함께 떠나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 끝에 허 생원은 '동이'가 편모(偏母)만 모시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발을 빗디딘 허 생원은 나귀 등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고 그걸 '동이'가 부축해서 업어 준다. 허 생원은 마음에 짐작되는 데가 있어 '동이'에게 물어 보니 그 어머니의 고향 역시 봉평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임을 눈여겨본다.


 󰏊 작품 감상의 길라잡이 󰏊

  1920년대 강원도 일대에서 허 생원이라는 한 장돌뱅이의 삶을 통해 인간 본연의 애정과 운명의 양상을 탐구한 단편 소설이다. 장돌뱅이 주인공이 젊은 시절 하룻밤에 맺은 인연을 잊지 못하고, 그 인연의 재생을 꿈꾸며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토속적인 어휘 구사와 서정적이고도 환상적인 묘사로 한국 근대 단편 소설의 백미(白眉)로 평가되고 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의 산길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부자 상봉의 모티프를 한 폭의 수채화 속에 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중심 구조는 허 생원과 동이 사이의 갈등과 해소에 있는데, 작가는 치밀하게 계산된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구조적으로 배치하고 적절한 공간적 배경과 향토적 어휘를 구사하면서 이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2-


  결국 이 작품은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친자 확인[부자간의 정(情)]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여, 일생을 길 위에서 살아가는 장돌뱅이의 삶과 애환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애정을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등장인물 ◉

(1) 허 생원 :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투전을 하는 호탕함과 함께 서정적인 면도 간직하고 있는 소박한 인물이다. 또한 성 서방네 처녀와의 단 한 번의 인연을 잊지 못하는 외로운 인물이며, 평생을 나귀와 함께 장돌뱅이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의 낭만적인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 온 인물이다.

(2) 동이 : 행동에서는 본능적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한 인물이다. 성격이 소박하고 꾸밈이 없으며 허 생원의 친자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3) 조 선달 : 허 생원의 친구로 순박한 성격을 지닌 장돌뱅이다. 보조 인물로 허 생원의 성격과 삶을 암시하는 인물이다.

 ☞ 세 인물의 공통점 : 고독하고 쓸쓸한 주변인


 ▦ 내용 고갱이 ▦ 

1. 갈래 : 단편, 순수, 낭만주의 소설

2.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사실적, 묘사적 

3. 배경 : (1) 시간적 : 1920년대 어느 여름날 낮부터 밤까지

            (2) 공간적 : 강원도 봉평 장터에서 대화 장터로 가는 밤길

 ☞ ‘메밀꽃 필 무렵’에서 배경이 지니는 의미

  이 작품은 배경 묘사에 중점을 둠으로써, 배경 자체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나 시간을 제시하는 본래 기능뿐만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 형성과 사건의 진행이나 주제 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한다. 특히 자연적 배경이 중심을 이루는데, 달이 비치는 메밀밭과 산길이 향토적 서정이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허 생원과 동이를 결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시간적으로는 여름날 달밤이며, 공간적으로 산길인데 달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인간의 본연적 애정(혈육의 정)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며 산길은 삶의 역경과 허 생원과 동이의 혈육 관계를 확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개울은 허 생원이 동이에 대해 육친으로서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한다.


3.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4. 표현상 특징

 (1) 서사 : 사건을 전개시키는 기본적인 진술 방법

 (2) 묘사 : 메밀꽃이 피어 있는 밤길의 감각적 묘사

 (3) 대화 : 사건의 전개 및 성격과 심리 등을 표출

 (4) 설명 : 허 생원의 과거 행적 등 서술자가 필요한 부분만 간추려 해설

5. 출전 : ≪조광(朝光)≫ (1936. 10.)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3-


 ▶ ‘메밀꽃 필 무렵’의 서술 방식과 문체적 특징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데 과거의 시간은 주로 요약적 서술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고, 현재의 시간은 장면적 서술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다. 허 생원의 한평생이 한두 개의 문단으로 간단히 처리되는가 하면,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은 여러 개의 문단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넘나들면서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허 생원의 회상과 현재의 장면을 결합시키고 있다. 또한 달빛을 매개로 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함에 따라 꿈과 환상의 세계를 더듬게 되는 허 생원의 내면세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서정성이 짙은 문체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 있다.~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부분에서는 여러 감각이 뒤섞여 전이(轉移)되면서 서정성이 짙은 문체적 특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구성 돋보기 ◎                                    배경

[발단①] 파장 무렵 여름 장터와 인물 소개 [봉평 장터]

[발단②] 허 생원과 동이의 대립 [술집(충줏집)]

[발단③] 20년 동안 정을 붙여 온 허 생원과 나귀 [봉평 장터]

[전개①] 허 생원의 젊은 시절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과거 회상).

[전개②] 달밤의 풍경에 취해 회고담을 시작하는 허 생원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산길]

[전개③] 허 생원의 젊은 날의 인연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산길]

[전개④] 동이의 내력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

[절정]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

[결말] 동이와의 혈연관계를 확신하는 허 생원


 ▶ ‘메밀꽃 필 무렵’의 이중적 구성

  이 작품은 두 개의 사건을 축으로 하고, 그 두 축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허 생원이 회상하는 과거의 추억이고, 다른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봉평 장에서 대화 장으로 옮겨가는 과정과 관련된 현재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두 축을 결합시키는 것이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이라는 배경인 것이다. 작가는 전자를 통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유랑의 삶을 보여 주고자 하였으며, 후자를 통하여 인간의 혈육에 대한 애정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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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등장인물 : 허 생원, 조 선달,

         동이

배경 : 봉평에서 대화로 넘어

     가는 산길(달밤)

주제 : 인간의 혈육에 대한

      애정

[매개체]

달빛

등장인물 : 허 생원, 성 서방네

          처녀

배경 : 봉평의 어느 물레방앗간

      (달밤)

주제 : 젊은 날의 사랑과 유랑의

      길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4-


 ▣ 어휘 깁고 더하기 ▣

*애시당초 : 어떤 일의 처음 시작       

*장판 : 시장이 선 곳      

*전(廛) 휘장 : 가게 장막        

*훅훅 볶는다 : 세차게 끼친다.   

*궁싯거리고 : 원래는 ‘잠이 오지 않아 꿈틀거리고’의 뜻

                   여기서는 ‘머뭇거리고’, ‘우물쭈물 서 있다’는 의미

*받고 : 사고           

*축 : 무리    

*칩칩스럽게 : 춥춥스럽게, 귀찮게

*장난꾼 각다귀 : 장에서 남의 것을 착취하는 악당

        󰀲모깃과의 곤충. 모기와 비슷하나 다리가 훨씬 길고 피를 빨아먹지 않음.

*얼금뱅이 : 얼굴이 마마(천연두) 자국으로 약간 파인 사람. ‘곰보’

*드팀전 : 옷감 시장. 포목점     

*나꾸어 보았다 : 권유해 보았다.

*흐붓하게 : 흐뭇하게         

*사 본 : 돈을 번

*달이 뜨렸다 : 앞으로 달밤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될 것임을 암시함.

*암샘 : 수컷이 암컷에 대해 욕정을 느끼는 것

*산 돈 : 물건을 판 돈. ‘사다’의 의미는 ‘물건을 팔다’임.

       (예) ‘쌀 사러 가자.’=‘쌀을 팔러 가자.’

*무명 필 : 무명으로 짠 베       

*주단 바리 : 품질이 좋은 비단 뭉치

*고리짝 : 옷을 담는 작은 궤짝     

*타박거리지 : 다리에 힘이 없이 걷는 모양

*앙칼진 : 악을 쓰고 덤비는

*장날 저녁은 정해 놓고 계집의 고함 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 매번 벌어지는 장날 저녁의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표현

*비죽이 웃는다 : 경멸의 웃음이 아닌 친밀한 웃음

*화중지병(畵中之餠) : 그림 속의 떡

☞ (속담) 고양이 고막 조개 보듯, 개 그림 떡 바라듯(볼 수만 있고 실상은 아무 소용이 없음)

*연소패 : 나이 어린 무리      

*대거리 : 상대하여 대듦

*사족을 못 쓰는 : (문맥) 충줏집에 혹하여 꼼짝하지 못함

*후린 : 유혹한         *길 : 마음 속

[발단①] 파장 무렵 여름 장터와 인물 소개 [봉평 장터]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5-


*허 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 ① ‘숫기’는 ‘활발하여 부끄러워 하지 않는 기운’ 의미

  ② ‘뒤틀린 반생’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지내 온 반 평생’ 의미

  ③ 인물의 요약적 제시

*충줏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그 자리에 소스라쳐 버린다.

: 허 생원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나이가 들었어도 순박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짜장 : 참. 과연. 정말로        

*서슬 : 날카로운 기세

*농탕치는 것 : 난잡한 행동으로 마구 노는 모양

*난질꾼 : 여자를 유혹하는 바람둥이. 주색에 빠져 행실이 부정한 사람

*장돌뱅이 : 장돌림. 장으로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수

*걱정두 팔자요 : 제게는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

*결김에 : 얼떨결에. 화가 난 나머지     

*동색(動色)하는 : 얼굴색이 바뀌는

*선머슴 : 차분하지 못하고 거칠게 덜렁거리는 아이

*탐탁하게 : 모양과 태도가 어울리게. 결단성 있게    

*치워 : 사라져 

*하염없이 : 아무 생각 없이

*서름서름한 사이 : 남과 가깝지 못한 사이. 서먹서먹한 사이.

*자식 낫세 되는 것 : 자식 낳을 만큼의 나이가 된.  

*치고 닦아 셀 : 때리고 나무랄

*너 녀석한테 반했지? 애숭이를 빨면 죄 된다.

: 충줏집과 조 선달의 대화가 있기 이전에 허 생원이 한 말로 시간의 순서가 역전이 되어 있음.

*담 : 겁이 없는 용기    

*거나해짐 : 기분 좋을 만큼 술에 취한 모양

*당나귀 : 허 생원과 동이를 밀착시키는 매개체.   

*바 : 고리를 거는 막대기

*달음질 : ‘달음박질’의 준말. 급히 뛰어가는 걸음.

*거슴츠레한 : 눈에 정기가 풀려 흐리멍덩한->술에 취한 모양

*눈이 뜨거워질 것 같다 : 감동하는 모습

*부락스런 : 난폭한. 말을 잘 듣지 않는

*몹시 구는 : 몹시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

[발단②] 허 생원과 동이의 대립 [술집(충줏집)]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6-


*까스러진 : 털이 거칠게 일어난 

*바스러지고 : 쉽게 부서지고. 헐하여 잘게 조각나고

*개진개진 : 추레하게 물기가 엉겨 붙은 모양

            ↳(옷차림, 겉모양) 허술하여 보잘 것 없고 궁상스럽다. 기운 없다.

*몽당비처럼 짧게 슬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는다.

: ① ‘슬리운’은 ‘(꼬리 같은 것이) 땅에 쓸려 짧게 말려 올라간’ 의미

  ② 나귀의 생긴 모습을 묘사한 부분. 늙은 허 생원의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닳아 없어진 굽 : 늙고 힘이 약해진 나귀의 무기력

*빼짓이 : 살그머니 모습을 내미는 모양, 조금씩 스며 나오는 모양

*투르르거렸다 : 입을 약간 벌린 채로 부르르 떨다.  

*앵돌아진 투 : 화가 난 어투

*허 생원은 모르는 결에 낯이 뜨거워졌다.

: ① 성적 흥분을 한 나귀의 모습 때문.

  ② 나귀의 행동이나 늙고 볼품없는 모습이 허 생원 자신의 행동과 모습에 닮아 있음을 깨달은 부분이다. 허 생원이 나귀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암시한다.

*배 : 짐승의 성기를 가리키는 말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이야. 저놈의 짐승이.”

: ① ‘암샘’은 ‘암컷(말)에 대한 성적 욕망’ 의미

  ② 나귀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늙은 주제’는 허 생원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함.

*줄달음 : 단번에 내쳐 도망가는 모습       

*후리다 : 몰다. 유혹하다. ‘후려치다’

*해가 꽤 많이 기울어진 모양이었다. : 시간의 경과

[발단③] 20년 동안 정을 붙여 온 허 생원과 나귀 [봉평 장터]


*드팀전 : 온갖 옷감을 파는 가게

*물건 하러 : 장에서 팔 물건을 사기 위해      

*군내 : 군의 구역 안. 고을 안

*당하는 : 마주치는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 흥분되는 모양

*투전 : 전통적인 도박

*도로아미타불 : 보다 낫게 하려고 애썼으나 처음과 마찬가지로 되어, 아무 효력이 없는 일

*염 : 염두. 생각

*입에 풀칠을 하러 : 겨우 끼니를 이어가기 위해

  ☞ 호구지책(糊口之策). 구식지계(口食之計) : 목구멍에 풀칠한다.

*일신(一身) : 자기 한 몸

[전개①] 허 생원의 젊은 시절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과거 회상)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7-


*그렇다고는 하여도 꼭 한 번의 첫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 허 생원이 과거 회상으로 접어드는 장면이다. ‘첫 일’은 젊은 시절 봉평의 물레방앗간에서 성 서방네 처녀와 맺은 아름다운 인연을 가리킨다.

*괴이한 : 신비한

*달밤 : (1) 낭만적인 정취를 환기시켜 토속적인 서정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2) 과거 회상의 매개체 구실, (3) ‘낮’이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현실 세계라면, ‘달밤’은 현실을 잊고 아름다운 추억에 잠기는 정화된 세계->장돌뱅이의 슬픔을 고조시켜 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의 고달픔을 잠시나마 잊어 보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4) 남녀의 우연한 만남을 조금도 속되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함.

*시침을 떼고 : 시치미를 떼고. 자기가 하고도 짐짓 아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함.

 ☞ ‘매의 시치미를 떼어 임자를 모르게 하다’에서 온 말

         󰀲매의 임자를 밝히기 위래 주소를 적어 매 꽁지 위의 털 속에 매어 두는 네모진 뿔

*가제 : 갓       

*흐븟이 : 마음에 흡족히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 일행이 산 중턱에 뻗은 길을 지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구절->객관적 묘사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는 죽은 듯이 고요한 배경을 보여 주고 있다.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는 표현은 푸른 달의 이미지를 선명히 보여 준다. 또한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을 통해 메밀꽃을 부각시킨 표현도 시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시적 소설, 서정적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주관적 묘사

*대궁 : 줄기의 사투리       

*애잔하고 : 몹시 가냘프고 약하고

*확적히 : 확실히       

*적적하지는 : 외롭지는

[전개②] 달밤의 풍경에 취해 회고담을 시작하는 허 생원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산길]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 ‘장 선 날’이라는 애매한 시간 표현은 신비로움을 더함.

*객줏집 : 물건을 맡거나, 매매를 거간(居間)하기도 하고 상인들의 침식을 제공하는 영업을 하는 집

*토방(土房) : 흙마루        *일색(一色) : 뛰어난 미인(美人)

*말머리 : 말의 첫머리

*구수한 자줏빛 연기가 밤 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 ① 시간의 경과를 암시

  ② 공감각적 심상(시각의 후각화)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8-


*놈팽이 : ‘여자의 상대가 되고 있는 사내’의 낮은 말

*들고 날 판 : 가난에 쫓기거나 난봉(難捧 빚으로 준 돈이나 물건을 못 받게 되는 일)으로 집에 있는 물건을 팔려고 가지고 나갈 절박한(힘든) 상황. 도망(逃亡)갈

*무섭고도 기막힌 밤 : ‘무섭다’-부도덕적 행위에 대한 두려움

                              ‘기막히다’-달밤의 행복하고 즐거운 체험

                            =>허 생원의 도덕관념과 순박한 성품을 알 수 있음.

*줄행랑 : 대문 좌우쪽에 죽 벌여 있는 행랑. ‘도망’의 속된 말

*장(場)도막 : 장날과 장날 사이       

*상수(常數) : 정해진 운명

*뒷공론 : 일이 끝난 후 쓸데없이 이러쿵저러쿵 다시 말하는 일

            겉으로 나서서 떳떳이 말하지 않고 뒤에서 이러니저러니 시비조로 말하는 짓

*자자(藉藉)들 하다 :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양

                  ☞ 인구에 회자(膾炙)되다.

*꿩 궈먹은 자리 : 무슨 일을 치르고 그 뒤가 깨끗하거나 흔적이 남지 않을 때 이름

                 ☞ 꿩 구어 먹은 소리

*항용 : 늘. 보통       *전방 : 가게. 상점    

*사시장천 : 사시장철. 사계절 어느 철이나 늘

*여간(如干) : 웬만한 것. 어지간한 것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난 거꾸러질 때까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 소중하게 간직한 달밤의 추어게 대한 미련을 지울 수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죽을 때까지 장돌뱅이로 살겠다는 숙명적 직업관이 드러나 있다.

[전개③] 허 생원의 젊은 날의 인연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산길]


*제격 : 제 신분에 알맞은 격식. 제 분수에 맞는 것

*실심(失心) : 근심 따위로 맥이 풀리고 마음이 심란하여짐. 상심(喪心)

*“아비 어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았으나

: 충줏집에서 허 생원이 동이에게 “네게도 애비 에미가 있겠지.”라며 나무랐던 장면에서, 동이가 크게 충격을 받아 괴로워했음을 밝힌 말이다.

*정색(正色) : 안색을 바르게 함.        

*제천 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는 집을 쫓겨났죠.

: 성 서방네가 제천으로 도망쳤다는 것과 동이 어머니가 처녀로 아이를 낳았다는 점 등이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덕 : 고개. 언덕진 곳

*대근하여 : 견디기가 힘들고 만만하지 않아서     

*건듯하면 : ‘걸핏하면’의 사투리

*나이가 알렸다 : 나이가 들었음을 깨달았다는 표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9-


*널다리 : 널빤지를 깔아 놓은 다리

*고의(袴衣) : 남자의 여름 홑바지

*뼈를 찔렀다 : 차가움이 무척 심함.

*고주 : 고주망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전 망나니 : 아주 성질이 못된 사람

*낫세론 : 나이로는       

*무던하다 : 덕량이 있다.

[전개④] 동이의 내력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


*훌칠 : 물살에 쏠릴

*“웬걸요. 시원스리 말은 안 해 주나 봉평이라는 것만은 들었죠.”

: 동이 어머니의 친정이 봉평이고, 허 생원이 성 처녀와 사랑을 맺은 곳도 봉평이라는 공통점으로 미루어 볼 때,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일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봉평? 그래 그 아비 성은 무엇이구?”

: 허생원의 심정->기대감(동이의 모친이 옛날 인연을 맺었던 여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나온 질문)

*“그 그렇겠지.” : 허 생원의 심리->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한 놀라움과 반가움에 의한 당혹감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 생원은 경망하게도 발을 빗디디었다.

: ① ‘까물까물하다’는 ‘눈을 감고 뜨는 모양’을, ‘경망(輕妄)하게도’는 ‘경솔하고 방정맞게도’를, ‘빗디디다’는 ‘잘못하여 디딜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를 디디다’를 의미

  ② 말을 더듬은 것과 발을 헛디딘 것은 허 생원이 충격을 받았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해깝게 : ‘가볍게’의 방언       

*가을이랫다? : 기대와 의지가 담긴 표현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 ① ‘탐탁한’은 ‘태도가 마음에 들고 믿음직스러운’을, ‘뼈에 사무쳐’는 ‘원한이나 고통 따위가 몹시 느껴지는 모양’이나 여기서는 단순히 ‘뼛속까지 스며들다’ 의미

  ② 혈육에 대한 암시가 드러난 구절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 암시->혈육에 대한 정(情)

[절정]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10-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했던가.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 ① ‘실족’은 ‘발을 잘못 디딤’ 의미     

  ② 표면상으로는 허 생원이 자신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나귀를 통하여 허 생원을 빗대어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피마 : 다 자란 암말. 빈마(牝馬)

*훗훗이 : 따뜻하게. 훈훈하게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 처음 부분에 허 생원이 왼손잡이라는 복선과 연결되는 장면으로 두 사람이 부자 관계임을 암시한다. 물론 왼손잡이는 유전되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과학적 진실과는 다른 문학적 개연성을 강조한다.

*아둑시니 : 본래는 ‘어둠의 귀신’ 뜻함. 청맹(靑盲)과니.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 허 생원이 동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는 구절이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 ① ‘해깝고’는 ‘가볍고’를, ‘청청(淸淸)하게’는 ‘맑고 깨끗하게’ 의미

  ② 서정적 분위기를 제시하는 표현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 ① 내용상으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구성상 사건의 종결을 의미

  ②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결말을 처리함.

[결말] 동이와의 혈연관계를 확신하는 허 생원


 ▶ ‘허 생원’과 ‘나귀’의 관계

  ‘메밀꽃 필 무렵’에서 나귀는 허 생원과 정서적으로 동일한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나귀의 과거 내력이나 외모, 행동 양상이 허 생원과 흡사하다. 나귀의 눈곱 낀 눈은 나이 든 허 생원의 모습을 대변하고 암나귀를 보고 발광하는 늙은 나귀의 행동은 충줏집을 찾아가는 허 생원과 닮은꼴이다. 또한 강릉집 피마에게 새끼를 본 것은 성 서방네 처녀와 인연을 맺고 동이를 얻은 것은 유사하다. 이러한 허 생원과 나귀의 밀접한 연관성은 단순한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합일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 주제는 바로 ☞ (1) 떠돌이 삶의 애환 속에 펼쳐지는 인간 본연의 애정

                            (2) 유랑인의 삶을 통해 본 인간 본연의 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