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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본문스크랩] (3)청조적 재구성과 내면화 -돌다리(이청준: 서구적인 ..

by 심자한 2010. 3. 7.

(3) 창조적 재구성과 내면화

 

 

▣ 작품 분석  :  돌다리  -  이태준



▣ 감상 포인트


- 일제 말기인 1943년에 <국민 문학>에 발표된 작품으로서, 물질을 중시하는 근대 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병원 확장을 위해 땅을 팔자고 하는 아들에 대해 아버지의 말을 통해서 토지의 본래적 가치보다 금전적인 가치만을 중시하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관을 비판하고 있다.


- 이러한 아버지의 생각은 ‘돌다리’라는 소재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땅을 팔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주장은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에게 ‘돌다리’란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가족과 선조들의 ‘인연’이 살아 숨쉬는 자연물이자 일제 치하의 어려운 현실에서 꿈을 잃지 않고 민족성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줄거리


- 창섭은 누이가 의사의 오진(誤診)으로 죽자 농업학교로 진학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서울로 가서 의전(醫專)에 들어가 의사가 된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맹장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고 병원을 운영하여 성공한다. 창섭은 병원을 확장하기로 하고 모자라는 돈을 고향의 땅을 팔아 채우고, 부모를 서울에서 모시리라 결심하면서 고향으로 내려오지만, 그 계획은 의외로 완강한 부친의 반대로 직면한다. 창섭의 부친은 동네에서 근검하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부지런히 일할 뿐만 아니라 논과 밭을 가꾸는 일에 모든 정성을 들이고 아들 학비로 동네 길들을 물론 읍내 길과 정거장 길까지 닦는 사람이다. 창섭이 고향에 도착했을 때 부친은 장마에 내려앉은 돌다리를 보수하고 있었는데, 창섭이 서울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부친은 창섭이 땅을 허술히 생각하고 있는 것에 가슴 아파하지만, 창섭은 자기 세계와 아버지 세계와의 결별을 체험하고 서울로 다시 올라간다. 아버지는 다음날새벽이 되자마자 보수한 다리로 나가 세수를 한다.


▣ 요점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 배경 : 시간(1930년대). 공간(시골)

* 성격 : 사실적. 교훈적, 비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작가가 창섭과 그의 아버지의 속마음까지 꾀뚫으며 서술하고 있다.) 

* 표현 : 인물 간의 대화와 서술자의 요약적 제시를 통해 주제 의식을 형상화함

* 특징 : 가치관 혼란의 시대 상황 속에 신구(新舊) 세대 간의 갈등 해소의 좋은 예를 보여 줌

* 구성 :

발단 - 창섭은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의사가 된다.

전개 - 의사인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고향을 찾아온다.

위기 - 아들이 아버지에게 땅을 팔아 병원을 확장하자고 제의한다.

절정, 결말 - 아버지가 아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땅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 제재 : 돌다리

* 주제 : 서구적인 물질주의 가치관에 대한 비판, 땅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물질 만능 사회에 대한 비판(근대 자본주의 비판)

* 출전 : <국민문학>(1943)


◐ 등장 인물


- 아버지 : 일생 동안 농사만 지어 온 농부로, 땅에 대해 강한 애착심을 지니고 있다. 물질적인 것보다 인정과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인물로 자신의 주견이 매우 분명하다.

- 어머니 : 아들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평범하고 소박한 촌부이다.

- 창섭(아들) : 서울에 살고 있는 의사이다. 누이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의사가 되지만 현재는 의술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돈은 버는 데에 관심이 많다. 서구의 물질 지향적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토지를 교환 가치로 바라보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세계를 수긍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아버지

아들(창섭)

시골의 농부

직업

도시의 의사

생의 터전

금전적 수단

돌다리

상징

나무 다리

안분지족

삶의 태도

과욕을 부림


◐ 돌다리에 나타난 인식의 아이러니


- 아들 창섭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이고 아버지는 전형적인 심성을 가진 구시대의 인물이다. 병원을 확장하기 위해 땅을 팔자는 아들의 제안에 아버지는 땅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논리 정연하게 펼쳐 놓는다. 아들은 아버지가 펼치는 신념의 논리에 압도당하고 자신의 계획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이 아버지의 신념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는 아버지의 세계를 그것 자체로서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그가 느끼는 것은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인 것이다.


- 창섭은 아버지의 세계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경외하고 동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도 아버지와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되는 모순적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를 '인식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 아이러니는 작중 인물과 작가의 위상이 대등하거나 오히려 인물이 작가(서술자)보다 우월한 곳에 존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해와 감상1


- 이 작품은 서구적인 물질적 가치와 전통적인 정신적 가치가 교차되는 당시의 사회 현실을 한 가족 간의 갈등을 통해 보여 준 사실주의 소설이다. 이 작품이 씌어진 시기는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 외에도 일본을 통해 서구적인 가치관이 이 땅에 대량으로 들어옴으로써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던 때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통적인 가치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


- 그러니까 농토를 파는 문제로 일어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서 근대적 사고를 추구하는 아들과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아버지 사이의 갈등을 통해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 이에 이 작품의 제목인 '돌다리'는 함축하는 바 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는 '돌다리'를 단순한 다리가 아닌 가족사(家族史)의 일부로 보고 있다. 여기서 '돌다리'는 아버지가 글을 배우러 다니던 다리이자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마 타고 건너온 다리이다. 또, 조상의 상돌을 옮긴 다리이면서 아버지 자신이 죽어서 건널 다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의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가 돌다리를 보수하는 행위는 과거부터 전해지던 정신적인 문화가 후대에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의 표현인 것이다.



■ 이해와 감상2


「돌다리」는 민족의식을 감동적으로 드러낸다


 작품「돌다리」는 식민지시대에 위협을 받고 있는 민족의 전통과 그 뿌리가 깊은 관계가 있는 역사의식을 대단히 명확하고 감동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골 지주의 아들인 창섭이 의사가 되어 서울에서 개업한 후 병원을 확장하기 위해 고향인 시골로 내려와서 아버지에게 농토인 토지를 팔자고 요청을 한다. 이 말을 듣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순한 부의 증식과 육체적인 안락을 위해 그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그 위에서 일생을 두고 비옥하게 가꾸어 놓은 땅을 팔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창섭의 아버지가 땅을 팔 수 없다고 아들의 간청을 거부하고서 자신의 뿌리와 바탕에 대해 위협마저 느끼면서 땅과 관계된 도덕관을 설파한 격적인 이야기는 역사를 통한 건강한 유토피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금석과도 같은 것이 된다.


「천금이 쏟아진 대두 난 땅을 못 팔겠다. 내 아버지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로 본 밭이구, 내 할머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신 돈으로 장만하신 논들이야. 돈 있다구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 게 있구, 독시장밭 같은걸 사? 느르지 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마당에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를 설 때마다 난 그 어른들 동상(銅像)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 팔구 허느냐? 땅이 없어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줄 아니? 땅이란 천지 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도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쪽으로만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로밖엔 뵈지 않드라」......


「팔지 않으면 그만 아닙니까?」


「나 죽은 뒤에 누가 거두니? 너두 이제두 말했지만 너 문서 쪽만 쥐구 서울 앉아 지주노릇만 허게? 그 따위 지주하구 작인 틈에서 땅들만 얼말 골른지 아니? 안된다. 팔테다. 나 죽을 임시엔 다 팔테다. 돈에 팔줄 아니? 사람한테 팔테다. 건너 용문이는 우리 느르지 논 같은 건 한 해만 부쳐 보구 죽어두 농군으루 태났던 걸 한허지 않겠다구 했다. 독시장밭을 내논다구 해봐라, 문보나 덕길이 같은 사람은 길바닥에 나 앉드라도 집을 팔아 살려고 덤빌게다. 그런 사람들이 땅 임자 안 되구 누가 돼야 옳으냐? 그러니 아주 말이 난 김에 내 유언이다. 그런 사람들 무슨 돈으로 땅값을 한 몫 내겠니? 몇몇해구 그 땅 소출을 팔아 연년이 갚아나가게 할테니 너두 땅값을랑 그렇게 받아갈 줄 미리 알구 있거라. 그리고 네 모가 먼저 가면 내가 묻을 거구,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네 모만은 네가 서울로 그때 다려가렴. 난 샘말서 이렇게 야인(野人)으로나, 죄없는 밥을 먹다 야인인 채 묻힐 걸 흡족히 여긴다.」


 즉 아들 창섭이는 땅이 상징하는 근원과의 단절을 나타내고, 아버지는 홍수가 져서 흙탕물이 흘러도 움직이지 않는 「돌다리」에 관한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근원과 현재와의 연속관계를 나타냄은 물론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인 차원을 넘어 인간적인 삶의 전체적인 통합구조를 이해하려고 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노인이 그의 아버지가 놓았던 돌다리를 두고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데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어떤 한정을 넘는 법은 없다. 물이 분수없이 늘어 떠나려 갔던게 아니라, 자갈이 밀려 내려와 물구멍이 좁아졌던지, 그렇지 않으면 어느 받침돌만 제대로 보살펴 준다면 만 년을 간들 무너질 리 없을게다. 그저 늘 보살펴야 허는 거다. 사람이란 하늘 밑에 사는 날까지 하루라도 천리(天理)에 방심을 해선 안 되는 거다…」


 노인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물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면, 「돌다리」는 시간을 건너는 수단인 동시에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을 이어주는 통합된 존재의 뿌리를 나타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태동, 서강대 교수)



▣ 친해지기


◐ ‘아버지’와 ‘아들’의 성격에 대해 자유롭게 말해 보자.





▣ 꼼꼼히 읽기


1943년에 발표한 단편으로, 근대 세계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의사인 아들이 병원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팔고 모두 서울로 올라가자고 하자 아버지는 땅이 천지 만물의 근거라는 자신의 당당한 논리로 거부하고는, 땅을 돈으로만 여기는 세태를 질타한다. 토지의 본래적 가치보다 금전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관을 비판했다고 할 수 있다.


1. 아들이 땅을 금전적 가치로만 보고 있음을 잘 드러낸 부분을 찾아보자.




2. 아버지가 ‘돌다리’를 단순한 다리가 아닌 가족사(家族史)의 일부로 보고 있는 부분을 확인해 보자.





탐구 / 독자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기


「돌다리」에서 아들은 땅을 팔자고 제안했다가 아버지로부터 되레 훈계만 잔뜩 듣고 만다. 아버지의 말씀에 그렇지 않다는 변명도 못 하고 아버지와의 거리감만 확인하고 물러난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자리에는 어머니도 있었지만 역시 말이 없다. 작가가 이렇게 구성한 것은 아버지의 말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토로 하고자 한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은 병원을 확장하고자 한 계획이 이미 서 있고, 나름대로 부모님의 노후 계획까지 세워 놓았으니 할 말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모친 역시 손자들과 함께 살고 싶으니 남편의 주장에 다른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작가는 자신의 주장의 대리인으로 아버지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구성했으므로, 독자는 이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재구성할 수 있다. 전환기에 부자간에 갈등하고 충돌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처럼 아들이 순순히 물러나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가 그린 세계를 독자는 다른 타당한 시각으로 다시 구성해 볼 수 있는 것이다.


3. 본문에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땅을 팔자고 말하는 부분은 서술자가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를 아들의 직접적인 대화로 바꾸어 표현해 보자.



4. 아버지가 아들의 제안을 거부하는 발언에 아들은 아무런 대답도 못 한다. “…….”(말없음표)로 처리된 두 부분에 아들이 자신의 생각이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바와 꼭 같지 않다는 반론과 아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라는 어머니의 말을 적절하게 넣고, 그에 따라 아버지의 말도 변화시켜 보자.




▣ 시야 넓히기


탐구 / 새로운 맥락에서의 주제 해석을 통한 창조적 재구성


땅을 팔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주장은 일견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조상이 대대로 살아 온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아버지는 땅을 그냥 지킨다는 주의가 아니라, 땅과 인간의 인연을 강조하고, 땅은 인간처럼 돌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버지는 땅에 대한 이러한 관점에서 돈을 위해 땅을 사고 파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이러한 관점은 여러 각도에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즉, 오늘날 사람들이 아버지와 같은 관점을 갖지 못함으로 해서 잘못을 범하고 있거나 귀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점들을 비판하는 주요한 시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새로운 맥락에서 작품의 의의를 해석하기’ 또는 ‘주제의 확대를 통한 작품의 창조적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1. 아버지의 땅에 대한 관점에 입각하여 오늘날 생태계의 파괴 문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생태계 파괴와 직결되는 우리의 생활 방식 중 아버지의 땅에 대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주로 비판할 만한 사항들을 항목별로 정리해 보자.




▣ 표현하기


◐ 「돌다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을, ‘땅’을 화자로 하여 바꾸어 표현해 보자.


<“땅이 말을 할 줄 알아봐라? 배가 고프단 땅이 얼마나 많을 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