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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본문스크랩] (가면극)양주별산대놀이 -작가 미상 : 어리석고 무능한..

by 심자한 2010. 3. 7.

▣ 극(劇) 문학

▣ 작품 분석  :  (가면극)양주별산대놀이 - 작가 미상


◐ 민속극의 정의

- 가장한 배우가 대화와 몸짓으로 사건을 표현하는 전승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전통극이라고도 한다. 이에는 가면극, 인형극, 창극 등이 있다.


민속극의 성격


* 전승 방법 : 구전과 세습

* 극의 형식 : 가면극, 마당극, 인형극

* 주제적 특징 : 발랄한 서민 정신, 비판 정신

* 미적 특성 : 해학미, 골계미, 풍자미

* 연희 방법 : 춤, 대사, 음악

* 향유 계층 : 상민 및 중인, 양반

* 극의 내용 : 민속극은 민중을 중심으로, 민중의 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지배층 및 외세에 대한 비판이 핵심을 이룬다. 힘겨운 벽에 부딪혀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해학과 함께 여러 사람이 참가하여 관중들이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한다는 것이 민속극의 중요한 특성이다.




▣ 요점 정리


* 작자 : 미상

* 연대 : 미상

* 형식 : 민속극, 가면극(탈춤)의 대본

* 문체 : 구어체, 대화체

* 성격 : 풍자적, 비판적, 해학적

* 특징 :

- 익살과 과장된 표현,

-서민들의 비속한 일상어와 전아한 한자 성어, 고사성어 혼재,

-우리 나라의 대표적 민속 가면극

* 제재 : 파계승, 양반, 서민의 생활, 양반 숙소 정하기

* 주제 : 어리석고 무능한 양반과 파계승에 대한 풍자,

         불합리한 현실 폭로와 지배 계층에 대한 저항,

         서민 생활의 애환 등을 주제로 함


* 등장 인물 : 상좌2 (하나는 도련님 역을 겸용), 옴중, 목중, 먹중4, 연잎, 눈끔적이, 완보, 신주보, 왜장녀(해산어멈, 노끼누이를 겸용), 노장, 소무2(애사당 또는 당녀 겸용), 말뚝이(신장수와 도끼겸용), 원숭이취발이(쇠뚝이 겸용), 샌님, 포도부장, 신할아비, 미얄할미 등이다. 이 중에 상좌·연잎·눈끔적이·왜장녀·애사당·소무·노장·원숭이·해산모·포도부장·미얄 할미는 대사가 없이 춤과 마임과 몸짓으로만 연기하며, 그 밖의 인물들은 대사와 노래도 있다.

* 출전 : 김성대 채록본  


◐ 구성 : 모두 8마당 과장.

길놀이

 

서막 고사

 

제 1과장

 상좌춤 - 첫째, 둘째 상좌가 나와 탈놀이마당의 잡귀를 쫓고 탈놀이가 잘되기 바라는 춤을 춘다.

제 2과장

 옴중과 상좌 - 옴중과 상좌 - 옴중과 상좌가 나와 춤을 추다가 옴중이 상좌를 쫓고 거드름춤, 깨끼춤을 춘 뒤 삼현청 앞에 앉는다.

제 3과장

 옴중과 목동 - 연잎과 눈끔적이 - 처음에는 연잎이 하늘을 보며 나오고 다음에 눈끔적이가 땅을 보며 나온다.  옴중과 목중들이 차례로 연잎과 눈끔적이를 보고 삼현청 앞에 가서 앉는다.

제 4과장

 연잎과 눈꿈적이 - 연잎과 눈끔적이 - 처음에 연잎이 하늘을 보며 나오고 다음에 눈끔적이가 땅을 보며 나온다. 옴중과 목중이 차례로 연잎과 눈꿈적이를 보고 삼현청 앞에 가서 앉는다.

제 5과장

 팔목중 놀이(제1경 염불놀이, 제2경 침놀이, 제3경 애사당 북놀이) - 팔목중 놀이 - 제1경 '염불 놀이'에서는 완보와 목중들이 이야기를주고 받고 춤을 추다 덕담을 하고 염불 놀이를 마친다. 제2경 '침놀이'에서는 말쭉이가 아들, 손자, 증손자를 데리고 산대놀이를 보러 나왔다가 아들들이 음식을 사먹고 탈이 나 신주부가 침을 놓는다. 제3경 '애사당 법고 놀이'에서는 왜장녀가 애사당을 데리고 나와 목중들에게 열 냥을 받고 넘긴다. 목중들은 애사당을 데리고 노는가하면 법고를 치며 장난치레를 한다.

제 6과장

 노장(제1경 파계승놀이, 제2경 신장수놀이, 제3경 취발이놀이) - 과장 노장 놀이 - 제1경 '파계승 놀이'는 노장이 나와 파계하는 과정이다. 제2경 '신장수 놀이'에서는 신장수가 원숭이를데리고 나와 신을 팔고 원숭이에게 음란한 수작을 하다 들어간다. 제3경 '취발이 놀이'에서는 취발이가 소무와 어울려 아이를 얻는다.

제 7과장

 샌님(제1경 의막사령놀이, 제2경 포도부장놀이) - - 제1경 '의막 사령 놀이'에서는 샌님, 서방님, 도련님을 모시고 산대놀이를 보러 왔던 말뚝이는, 날이 저물자 쇠뚝이와 함께 샌님, 서방님, 도련님을 돼지우리로 몰아넣으며 놀려준다. 제2경 '포도부장 놀이'에서 포도부장이 소무를 넘보고 소무도 샌님을 마다하자 샌님이 소무를 포도부장에게 양보한다.

제 8과장

 신할아비와 미얄할미, 종장 지노귀굿 - 신할아비와 미얄할미 - 신할아비가 산대놀이를 보러 나왔다가 미얄할미를 구박하여 죽게 한다. 아들 도끼와 딸은 신할아비를 나무라고 신할아비는 자구 치고 도끼는 춤을 추고 딸은 무당이 되어 미얄할미의 지노귀굿을 한다.



이해와 감상


- 양주 별산대놀이는 모두 8마당 과장(科場)으로 이루어진, 우리 나라의 대표적 민속 가면극이다. 가면극의 공연은 널찍한 마당에서 아무런 무대 장치없이 벌어지는데, 내용의 전개에 따라 가상적인 작품 공간이 신축성 있게 처리된다.


- 양주 별산대놀이는 서울 중심의 경기 지방에서 연희(演戱)되어 오던 산대도감극(山臺都監劇)의 한 분파이다. 이 놀이는 조선 시대 양주 목사가 군행정을 집행하던 양주구읍(楊洲舊邑)에서 약 200년 전부터 놀아오던 명절 놀이였다. 사월 초파일과 오월 단오와 팔월 추석 등 대소명절에 연희되고 기우제(祈雨祭)의 행사로 놀기도 하였다.


- 사설(대사)은 봉산 탈춤이 비교적 운문적(韻文的)이라면 별산대놀이는 평범한 일상 회화로 비어(卑語)를 쓰며 동작은 하나의 전기적인 역할을 한다. 춤사위는 한국 민속 가면극 중 가장 분화·발전된 것으로 몸의 마디마디 속에 멋[神]을 집어넣은 염불장단의 거드름춤과 멋을 풀어내는 타령장단의 깨끼춤으로 구분되어 몸짓 또는 동작이 유연한 형식미를 갖추었다.


- 교과서에는 제7과장 제1경 의막사령놀이가 수록되었는데, 말뚝이와 쇠뚝이가 의기 투합하여 양반을 욕보이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양반에 대한 하인들의 태도가 매우 공격적이다.

   여기 수록된 대목은 말뚝이가 샌님을 데리고 나와 친구 쇠뚝이와 함께 양반의 횡포와 무능을 폭로, 풍자하는 장면이다. 샌님(양반)이 하인 말뚝이를 대동하고 놀이판에 등장하여 의막(依幕)을 정할 것을 명한다. 쇠뚝이가 장내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양반이 거처할 의막을 정하는데, 그 곳이 돼지우리임이 밝혀진다. 이로써 양반은 돼지로 야유받게 되며, '한량의 자식', '바닥의 아들놈'으로 비유된다. 샌님에 대한 말둑이와 쇠뚝이의 이 같은 비유적인 공격은 지배층에 대한 서민들의 비판 의식을 잘 보여 주는 예이다. 양반에 대한 야유와 비판은 이 대목 다음에 이어지는, 쇠뚝이의 문안 대목과 말뚝이의 재판 대목에서 더욱 노골화된다.

 

 

 


■ 내용 연구


제 7 과장 샌님 춤


제 1 경 의막사령놀이(의막사령 : 의막은 임시로 거처하게 된 곳으로, 의막 사령은 의막을 준비하는 사령)


  (앞 과장에서 노장(老丈)을 조롱하고 소무(小巫)를 빼앗았던 취발이가 쇠뚝이라는 이름으로 장내에 앉아 있다[각 과장이 독립적임을 의미함]. 샌님 일행은 말뚝이란 하인을 데리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산대(山臺)굿을 구경하다가 날이 저무는 줄 몰랐다. 그래서 숙소를 정하지 못하고 쩔쩔매는데[양반의 무능], 샌님의 분부를 들은 말뚝이가 친구 쇠뚝이를 만나 숙소를 정해 달라고 한다.) (샌님 : 상사람이 생원님을 이르는 말로 샌님은'생원님'의 준말이고, 다른 뜻으로는 얌전하고 고루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비판의 대상자로 관련된 속담이 '생원님이 종만 업신여긴다'는 말이 있는데 지체도 높지 아니한 생원이 만만한 종만 업신여기며 못살게 군다는 뜻으로, 무능한 자가 자기 손아랫사람에게나 큰소리치며 윗사람 행세를 하려고 함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


(중략) 


말뚝이 : (샌님, 서방님, 도령님을 모시고 등장하여, 남쪽 가에 삼현청을 향해 선다. 쇠뚝이 내외는 미리 삼현청(三絃請)[ 삼현(三絃) : 음악 반주 소리. 원래는 거문고, 가야금, 당비파(唐琵琶)의 세 가지 악기를 일컬음] 앞에 나와 있다.) 의막사령-- 의막사려엉--

쇠뚝이 : 어느 제밀할 놈이 남 내근(內勤)하는 데 와 의막사령해.

말뚝이 : 네밀붙을 놈. 내근하다니 사람이 인성만성하고 만산편야(滿山偏野)한데 내근해.

쇠뚝이 : 네미붙을, 어찌 허는 말이냐. 사람이 인성만성하고 만산편야했더래도 두 내외가 앉았으니 내근하지.

말뚝이 : 오옳겄다, 너희 두 내외가 앉아 있으니까 내근해.

쇠뚝이 : 영락없다.

말뚝이 : 얘 제밀할 놈, 목소리 들으니까 반갑구나.

쇠뚝이 : (벌떡 일어서며 인사한다.) 아나야이!

말뚝이 : 아나이! 네밀할 놈, 너 만나본 지가 겅중겅중하구나. 쇠물에 지프라기 같다. 족통(足痛)이나 아니 났느냐.

쇠뚝이 : 아이구 내 것이야.

말뚝이 : 얘, 그러나 저러나 내가 옹색한(가난하다, 군색(窘塞)하다, 궁색(窮塞)하다 2:비좁다, 좁다 3:답답하다, 옹울(壅鬱)하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문맥상 어려운 일을 의미) 일이 있다.

쇠뚝이 : 뭐가 옹색하단 말이냐.

말뚝이 : 우리댁 샌님과 서방님, 도령님께서 과일(科日 : 과거를 보는 날)이 당도해서 과거를 보러 올라오시다가 떵꿍(덩더꿍의 줄임말로 북이나 장구 따위를 흥겹게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서는 산대굿을 의미)하는 데 구경에 미쳐서 날 가는 줄 모르셨어(이유는 산대굿을 보느라고). 그래 의막[(依幕 : 임시 거처. 여인숙을 말함)]을 날더러 정하라고 하시니 내가 강근지친(强近之親 : 도움을 줄 만한 아주 가까운 친척) 없구 아는 친구 없구 이 번화지시(繁華之時 : 번성하고 화려한 때)에 밤은 들구 어찌하는 수가 없어 대단히 곤란하다가 너를 마침 만나니 천만 외다(다행이다). 하니 너 날 의막을 하나 정해 다오. →[우리댁 샌님과 - 정해 다오 : 말뚝이가 쇠뚝이에게 의막을 정해달라고 부탁함]


쇠뚝이 : 얘 그 제밀(제미 : 몹시 못마땅할 때 욕으로 하는 말.)할 놈들이 그래 구경에 미쳐설랑 의막을 정해달라고 그래. 그래 네가 참 대단히 옹색하겠다. 내가 그래 보마. (의막 정하러 나간다고 장내를 여러번 돌고 말뚝이 앞에 와서) 자 의막을 정했다.[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말뚝이 : 너 어떻게 정했느냐.(말뚝이는 탈춤에 등장하는 인물의 하나. 말뚝이탈을 쓰고 나와 자기가 모시고 다니는 양반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쇠뚝이 : 뺑뺑 둘린 말장을 박고 허리띠를 매고 문을 하늘로 냈다.[돼지우리를 희극적으로 묘사한 말로 결국 양반들을 돼지와 같은 부류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의막'을 대충대충 성의 없이 만들었다는 의미이기에 '도투마리(베를 짤 때 날실을 감는 틀. 베틀 앞다리 너머의 채머리 위에 얹어 둔다. ¶도투마리에 감긴 날실. 도투마리 잘라 넉가래 만들기 도투마리를 두 토막 내면 넉가래가 되는 데서, 아주 하기가 쉬운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잘라 넉가래(곡식이나 눈 따위를 한곳으로 밀어 모으는 데 쓰는 기구) 만든다'라는 속담과 의미가 통한다.]

말뚝이 : 거 네밀 붙을, 시방 셋집채 양옥집(서양식으로 지은 집으로 1930년대 대사이므로 이 같은 말이 나온다. 양반을 비하하려는 의도에서, 대충 지은 것을 '양옥집'이라고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같구나.

쇠뚝이 : 영락없지.(조금도 틀리지 아니하고 꼭 들어맞다)

말뚝이 : 그럼 그놈들이 들어가려면 물구나무를 서 들어가야겠구나.

쇠뚝이 : 영락없지.

말뚝이 : 그럼 돼지새끼 같구나.

쇠뚝이 : 영락없지.

말뚝이 : 얘얘, 저 샌님이 바깥에 서 계신데 니가 좀 나가서 모셔들일 수밖에 없다.

쇠뚝이 : 내가 그 제밀(제 어미'가 줄어든 말)붙을 놈들을 그 왜 모셔들인다는 말이냐.

말뚝이 : 그래, 그래도 그렇지 않다. 너하구 나하구 사귄 본정으로 해두 그래 그렇지 않으니깐두루 니가 모셔들일 수밖에 없다.

쇠뚝이 : 오옳겄다. 너하구 나하구 사귄 본정으로라도. 그래 네 사정을 봐서 그렇구나.

말뚝이 : 영락없지.

쇠뚝이 : 그래라. (쇠뚝이는 앞서고 말뚝이는 채찍을 들고 뒤에서 그 사이에 샌님, 서방님, 도령님을 넣고 채찍을 휘두르며 '두우두우 구울구울구울' 하며 중앙 돼지우리간으로 모셔들인다.) →[양반을 돼지 취급하며 돼지 우리로 몰아 넣는 장면이다]

샌님 : 말뚝아.

말뚝이 : 네이.

샌님 : 네 이 의막을 누가 정했느냐.

말뚝이 : 소신은 정한 게 아니구 강근지척두 없구 번화지시에 알 수가 없어서 쇠뚝이란 놈을 아니깐두루 그놈더러 정해 달랬더니 그놈이 정해 주었습니다.

샌님 : 그렇겠다. 얘 대단히 정갈스럽고(보기에 깨끗하고 깔끔한 데가 있다) 깨끗해 좋다. →[말뚝이가 돼지 우리를 숙소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갈스럽고 깨끗하다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자기를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드는 극적인 풍자 방식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앞 부분에서는 말뚝이와 쇠뚝이가 주도적으로 양반을 조롱하는 데 비해, 이 부분은 양반 스스로 자신의 무지와 무능을 폭로하고 있다]

말뚝이 : 그런데 아래 웃간을 정해서 서루 양반의 자식이니깐두루 담배질을 허두래두 아래 웃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두 칸을 정했습니다.

샌님 : 그래.

쇠뚝이 : (말뚝이에게) 넌 그래 그댁 뭐냐.

말뚝이 : 난 그댁 청지기(양반집에서 잡일을 맡아보거나 시중을 들던 사람.)다.

쇠뚝이 : 이놈아 어디 보자. 청지기가 평량일(패랭이를, 여기서 패랭이는 댓개비로 엮어 만든 갓. 조선 시대에는 역졸, 보부상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喪制)가 썼다.) 썼어?

말뚝이 :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댁 출계(出系 : 양자로 들어가서 그 집의 대를 이음.)다.

쇠뚝이 : 옳겄다. 네가 출계다.

말뚝이 : 그러면 얘 너 들어가 샌님을 좀 뵈어라.

쇠뚝이 : 그 제미붙을, 내가 왜 그 놈들을 뵌단 말이냐.

말뚝이 : 그래도 그렇지 않다. 그 양반이 벼슬을 시작할 것 같으면 사닥다리 기어올라가듯 한다(아직은 벼슬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일단 벼슬을 시작했다 하면 사다리를 기어올라가듯 높은 벼슬을 향해 쑥쑥 올라갈 것이라는 뜻). 그럼 너도 뭐든지 헌다.

쇠뚝이 : 그래 네 말도 그럴 듯하다. 그놈의 음성을 들어보니 용생(龍相)이다. 총울치(베실, 마껍질로 만든 실. 벼슬과 음이 비슷함) 같다. →(그놈의 음성을 들어보니 총울치 같다는 말은 '총올치'는 베르 만든 실, 즉 '베실'을 말한다. '벼슬'은 발음하기에 따라 '베실'로 들리므로 음의 유사성에 의한 일종의 언어유희라고 할 수 있다)

말뚝이 : 벼실 영락없지, 가 뵈어라.

쇠뚝이 : (타령조[타령은 어떤 사물에 대한 생각을 말이나 소리로 나타내 자꾸 되풀이하는 일. 한자를 빌려 '打令'으로 적기도 한다. 타령-조(--調)는 ① 타령에만 있는 선율적 특성을 띠는 곡조 ② 타령을 하는 듯한 어조]에 맞추어 양반 일행 앞뒤를 돈다.) (샌님을 보고는) 제길 양반의 자식인 줄 알았더니 양반의 자식커녕 잡종이로구나. 두부보자기를 쓰구 화선(花扇 : 그림을 그려 장식한 부채)을 들구 도포를 입구 전대띠(돈이나 물건을 넣어 허리에 매거나 어깨에 두르기 편하도록 만든 자루. 주로 무명이나 베를 폭이 좁고, 길게 만드는데 양끝은 트고 중간을 막는다)를 맸으니 이게 화랭(화랭이는 광대, 가면극, 인형극, 줄타기, 땅재주, 판소리 따위를 하던 직업적 예능인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한자를 빌려 '광대'로 적기도함)의 자식이로구나. (서방님을 보고는) 관을 쓰기는 썼다마는 도로 입구 이놈두 화선을 들구 전대띠를 맸으니 이것두 화랭의 자식이로구나. 나쁜 자식들이구나. (도령님을 보고는) 이놈이 사당보를 뒤집어 쓰구 전복(조선 후기에, 무관들이 입던 옷. 깃, 소매, 섶이 없고 등솔기가 허리에서부터 끝까지 트여 있다. 고종 때에 소매가 넓은 옷을 못 입게 하면서 문무 관리들이 평상복으로 입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어린이들이 명절에 입기도 함)을 입구 전대띠를 매구 이놈두 부채를 들어서 이놈두 양반의 자식은 맥물(맹물을 이르는 말로 맹물은 하는 짓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두 안됐다. (말뚝이에게 와서) 얘 가보니깐 그놈들이 멀쩡한 화랭이 자식들이지 어디 양반의 자식들은 아니더라.

말뚝이 : 그래 그럴듯하다. 네가 그럴듯하다마는 그댁이 간고(가난하고 고생스러움, 처지나 상태가 어렵고 힘든 상태를 말함)하셔서 세물전(貰物廛 : 예전에, 일정한 삯을 받고 혼인이나 장사 때에 쓰는 물건을 빌려 주던 가게)에 가 의복을 세를 해 얻어입느라구 구색(具色 : 여러 가지 물건을 고루 갖춤. 또는 그런 모양새)이 맞지 않아 그렇다.

쇠뚝이 : 옳아, 따는 그것도 그렇겠다마는 그 양반의 자식들은 아니더라.

샌님 : 말뚝아.

말뚝이 : 네이.

샌님 : 네 이놈 어디 갔더냐.

말뚝이 : 샌님을 찾으려고요.

샌님 : 어두(어디)루.

말뚝이 : 네이, 서산 나귀 솔질하여 호피안장 도두놓아가지고요, 앞남산 밖남산 쌍계동 벽계동으로 해서 칠패 팔패 돌모루 동작일 넌짓 건너 남대문 안을 써억 들어서 일간장 이먹골 삼청동 사직골 오궁터 육조 앞으로 해서요, 칠관안 팔각재 구리개 십자각 아이머리 다방골로 어른머리 감투전골로 해서요 언청다리를 건너 소경다리를 건너서 배우개 안내거리 써억 나서서 아래 위로 치더듬고 내더듬어 보니깐두루 샌님의 새끼라곤 강아지 애들 녀석 하나 없길래 아는 친굴 다시 만나서 물어보니깐 떵꿍하는 데로 갔다 하길래 여기 와서 발랑발랑 찾아 여기를 오기깐두루 내 증손자 외아들놈의 샌님을 예 와서 만나봤구려.


쇠뚝이 : (그 소리를 듣고) 얘얘얘 그 양반을 발 안 들여놀려고 했다가 그 뭐하니깐두루 이담에 청편지 한 장을 맞더래도 내가 문안할밖에 없다.

말뚝이 : 그래라.

쇠뚝이 : 샌님, 남우(남의) 종 쇠뚝이 문안 들어가오. 잘못 받으면 육시처참에 송사리뼈도 안 남소. (샌님에게 문안하러 들어간다. 양손을 앞에 모으고 오른쪽 다리만 내놓고 껍죽껍죽 하면서 들어간다.) 아 샌님, 아 샌님, 아 샌님, 소인-- (샌님은 아무 말이 없다. 인사를 드리고 말뚝이에게 와서) 얘 그 보니깐두루 양반은 분명한 양반이더라. 진중하시더라.

말뚝이 : 아 점잖은 양반이구 여부가 있느냐.

쇠뚝이 : 그래 대관절 그놈의 집 가문이 어떻단 말이냐.

말뚝이 : 그놈의 가문이 이삿날이믄 사당문을 열고 새끼 한 발을 꼬아가지구 운운이 심지를 꿰가지구 한 끝을 주욱 잡아당기면 주루룩 따라나와서 개밥궁에서 한발을 들여놓고 한발은 내놓구 여러 놈이 쩍쩍거리는 그런 가문이다.

쇠뚝이 : 거 돼지로구나.

말뚝이 : 영락없다. 너 서방님한테 가봐라.

쇠뚝이 : (서방님께 문안 간다.) 아 서방님 아 서방님. (잠자코 있는 서방님을 보고) 소인--. (말뚝이 앞에 와서) 참 분명한 양반이더라.

말뚝이 : 샌님한테 문안드려도 개 엘렐레 같구 아니 드려도 개 엘렐레 같구 서방님한테 문안을 디려두 개 씹구녕 넌덜머리 같은데 저-- 끝에 계신 종가댁 되령님이신데 그 되령님한테 문안을 착실히 잘 해야지 만일 잘못했다가는 육시처참에 넌 송사리뼈도 안 남는다. 가 봐라.

쇠뚝이 : 거 네 말이 그럴 듯하니 가 볼밖에 없다.

말뚝이 : 이왕 양반집에 거론하기가 볼찰이지.

쇠뚝이 : (도령님에게 문안 간다.) 아 되련님 아 되련님 소인--.

도령님 : 고이 있드냐.

쇠뚝이 : (말뚝이 앞으로 와서) 얘 그 양반은 분명한 양반이더라. 거 우리네가 인사를 할 것 같으면 너 에미 애비 씹덜이나 잘 하느냐 할텐데 아주 고이 있더냐 하는 걸 보니 점잖은 양반이다.

말뚝이 : 거 이를 말이냐.

쇠뚝이 : 얘얘 그렇지만 나 가서 다시 문안드릴밖에 없다.

말뚝이 : 어떡헌단 말이냐.

쇠뚝이 : 한 잔도 못 먹는 날은 뜰을 아래 웃뜰을 돌아다니며 멀쩡히 청결허고, 한 잔 먹고 두 잔 먹어 석 잔쯤 먹어 얼굴빛이 지지벌건다면 아래 윗댁으로 댕기며 조개란 조개는 묵은 조개 햇조개 할 것 없이 일수 잘 까먹구 영해 영동 고등어 준치 방어 소라 애들놈 일수 잘 까먹는 남의 종 쇠뚝이 문인이오 그래라.

말뚝이 : 얘 그 제에밀붙을, 문안이 사설이구나. 엮음 영락없다. (샌님을 보고) 여보 샌님 남의 종 쇠뚝이 문안 디려 달랍니다. 잘못 받으면 육시처참에 송사리뼈도 안 남소. 한 잔도 못 먹는 날은 아래 윗댁으로 댕기며 뜰을 멍쩡히 청결하고, 한 잔 먹고 두 잔 먹어 석 잔쯤 먹어놓아 얼굴이 지지벌건다면은 아래 윗댁으로 댕기며 조개란 조개 묵은 조개 햇조개 할 것 없이 치까고 내리까고 몽주리 치까먹고 영해 영동 고등어 준치 방어 소라 애들놈 일수 잘 까는 남의 종 쇠뚝이 문안디려 달랍니다.

샌님 : (부채를 홱 펴들고) 여봐라 지눔!

말뚝이 : 예에--.

샌님 : 삼노고상(三路街上)하던 양반더러 과언망설(過言妄說 : 말이 지나치고 망언됨)하고 과도한 짓을 허니 그런 네에미 씹을! 헐 놈들이 어디 있느냐. (정좌하고) 말뚝아.

말뚝이 : 예.

샌님 : 남의 종 쇠뚝이 잡아 디려라.

말뚝이 : (안 가겠다는 쇠뚝이를 억지로 거꾸로 잡아끌고 온다.) 네, 잡아들였습니다.

샌님 : 그 네밀한 뇜이 얼굴은 정주 난리터를 갔단 말이냐.

말뚝이 : 그뇜이 그런 게 아니라 그놈의 얼굴을 볼 것 같으면 샌님댁 대부인 마나님이 기절절사(氣絶折死) 할까봐 거꾸로 잡아들였오.

샌님 : 그럼 그놈의 모가지를 빼다가 꽉 박아라.

말뚝이 : 꽉 박았오. (홱 돌려놓는다.)

샌님 : 그 뒤에서 꼼지락꼼지락하는 건 뭐냐.

말뚝이 : 네, 밤이면 샌님댁 대부인 가지고 노시는 거요.

샌님 : 여봐 지눔!

쇠뚝이 : 제밀붙을. 내가 이름이 분명히 있는데 날더러 누가 이놈이라고 그래.

샌님 : 거 여봐라 지놈. 네가 이름이 있으믄 무어란 말이냐.

쇠뚝이 : 예 샌님이 부르기가 적당하오. 아당 아자(字), 번개 번자(字)요.

샌님 : 아당 아자, 번개 번? 아당 아자, 번개 번?[소리로는 '아번'이지만 아첨과 아부를 능란하게 하는 인물이라는 비유적 의미가 들어 있음]

쇠뚝이 : 아니오, 그렇게 하는 거 아니요. 샌님도 양반이니깐두루 하늘천 따지 감을현 누르황 배우구는 천지현황을 붙여 부르지 않우. 이것도 붙여 불러요.

샌님 : 번아.

쇠뚝이 : 왜 이건 바루 붙이지 거꾸로 붙이우.

샌님 : 얘 그 제밀할 놈의 이름 대단히 팽패롭다(성격이 딱딱하고 괴상한 것을 이르는 말). 아아아.

쇠뚝이 : 이건 지랄을 허오, 붙여요 어서. 십년 석달 불러도 소용없오.(쇠뚝이의 말하기 방식은 원하는 대답이 나오도록 상대를 몰아간다)

샌님 : (하다못해) 아번!

말뚝이 : 왜--.[샌님은 쇠뚝이의 의도에 휘말려 결국은 '아번(아버지)'이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이에 말뚝이가 나서서 양반에게 반말을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사건으로 이어진다]

샌님 : (자기 집 하인에게 모욕을 당하고 분해서) 남의 종 쇠뚝이는 허하구 사해 주구 내 종 말뚝이 잡아 디려어라!

쇠뚝이 : 예 지당한 분부올시다. [말뚝이의 패랭이(댓개비로 엮어 만든 갓. 조선 시대에는 역졸, 보부상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喪制)가 썼다.)를 뺏아쓰고 채찍을 뺏어들고] 이놈아 니가 양반의 집에 댕긴다고 세도가 분명허구 허더니 이놈아 세무십년(勢無十年 : 세도가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의 권세와 영화는 오래 계속되지 못함을 이르는 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놈아 경쳤다.(경치다는 호되게 꾸지람을 듣다는 말로 아주 단단히 벌을 받다, 아주 심한 상태를 못마땅하게 여겨 이르는 말)

말뚝이 : 아 너 술 취했다.

쇠뚝이 : 술이 이놈아 무슨 술이야. 가자 가자. (말뚝이를 끌고 들어간다.) 샌님 분부대로 잡아들였오.

샌님 : 그놈을 엎어놓고 까라. 대매(단 한 번 때리는 매)에 헐장(歇杖 : 아프지 않게 매를 치던 일)허구 두 대매에  그놈 물고(죄를 지은 사람을 죽임)를 올려라.

쇠뚝이 : 예 샌님 지당한 분부요. (혼잣말로) 눈깔허구 보니깐 어른애 가진 돈도 빼앗겠소(양반들에 대한 탐욕과 부패에 대한 풍자). 그놈 무슨 죄졌오 엎어놓라게. (때리려고 하니 말뚝이가 돈을 줄테니 살살 때리라고 한다. 쇠뚝이 머리를 끄덕거린다.)[양반들의 권위가 아직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샌님 : 여봐라 지놈!

쇠뚝이 : 예.

샌님 : 너희 두 놈이 네밀 씹들을 허자고 공론을 했느냐.

쇠뚝이 : 아니올시다. 그런게 아니라 저놈이 샌님 안전(顔前)에 이 매를 맞고 보면 죽을 모양이니 헐장해 달랍디다, 헐장해 달래.

샌님 : 아니다.

쇠뚝이 : 아니면 뭐란 말이요, 이거 죽을 지경이네.

샌님 : 아니야.

쇠뚝이 : 열량 준답디다 열량. 아니 틀림없이 열량이올시다.

샌님 : 아니다.

쇠뚝이 : 아 이걸 어떻게… 그럼 내가 댓량을 보태서 죄(모두) 해서 열댓량이올시다 열댓량.

샌님 : 열댓량?

쇠뚝이 : 그럼 귀에 구수허우?(이 정도면 되겠는가의 뜻)

샌님 : 야 이놈!

쇠뚝이 : 예.

샌님 : 저 끝에 앉아계신 이가 종가댁 되련님이신데 봉채('봉치'라고도 함. 혼례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채단과 예장을 보내는 일 또는 그 물건) 받아논 지가 석삼년 열아홉해다(경제적 형편으로 여태 혼사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뜻). 열넉냥 아홉돈 구푼 오리는 댁으루 봉상(奉上)허구 그 남저지(나머지) 있는 건 가지구 나가다가 술 한 잔 사서 냉수에 타서 마시구 화수분 설사[화수분은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끝없이 나온다는 단지인데, 여기서는 이처럼 끝없이 생겨난다는 것을 설사에 비유함, 나중에 전영택의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소설의 이름이 되고, '화수분'은 가난한 '화수분' 내외가 죽음을 맞게 되는데 그 죽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눈 사랑의 정점(頂點)을 상징하고 그 체온 사이에 어린아이는 살아 남는다. 따라서, 이 소설은 가족의 비극을 다루되 인정적(人情的)으로 해결하고자 한 작품이며 바로 이것이 작가의 인도주의(人道主義) 정신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화수분' 일가의 가난과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을 '나'가 화자가 되어 독자에게 보여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전체적으로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어멈'의 시선을 빌리기도 하고 시집간 누이 'S'의 시선을 빌려 전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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