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본문스크랩] (3)청조적 재구성과 내면화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

심자한 2010. 3. 7. 03:52

▣ 유네드 -감상 포인트

- 이 시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물'은 '나'와 '그대'라는 고립된 개체들을 '우리'로 합일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가뭄'으로 표상된 삶의 고독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또한, '물'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 섞여 '아직 처녀인 / 부끄러운 바다'로 흘러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맛보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서로 싸우고 헐뜯는 상황이 불이다.

* 물 - 비, 강물 - 바다, 물 - 불, 불 - 물 -하늘로 연결되면서 미래(未來)에 대한 소망(所望)에서 현실의 안타까움을 넘어 현실 극복 의지(意志)를 담고 있음



▣ 작품 분석  :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허무집, 칠십년대 동인회, 1971>



▣ 요점 정리


* 성격 : 상징적, 의지적

* 표현 :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만남에 대한 소망을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함.

* 어조 : 서정적(자기의 감정이나 정서를 그려 냄)이면서도 단호한 의지가 나타나는 어조, 소망의 간절함을 드러내는 목소리.

* 특징 : 

 ① 이별의 고통, 슬픔, 한스러움이 아닌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적극적, 능동적 자세로 노래함.

 ② 물과 불의 대립적인 원형 이미지로 만남을 노래함.

  -물은 '화합, 생성, 정화'를 나타내며, 불은 '갈등, 투쟁, 소멸' 등을 상징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소망과 현재에 대한 의지를 대비

* 구성 : 미래와 현재, 물과 불의 이미지를 축으로 한 대비적 구성임

1, 2연 :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소망

3연 : 불이 되어 만나야 하는 현재의 상황

4연 : 불의 시기를 거친 뒤에 물로 만나자는 다짐

5연 : 완전하고 충만(充滿)한 만남에 대한 소망


* 제재 : 물의 흐름과 만남

* 주제 : 시적 화자는 현실의 부조리를 해소하고, 조화로운 합일(合一)을 이루고 싶은 소망과 의지,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는 삶.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에 대한 희구, 생명력이 충만하고 청정한 삶의 추구을 하고, 그것은 결국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 심화 관련 학습

- 이 시와 김남조의 <겨울 바다>는 물과 불을 유사하게 인식했다. 불은 허무내지 욕망의 부정적 이미지이고, 물은 정화와 인고, 합일의 긍정적 이미지로 표출된다.


-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에 나오는 시어 '하늘'과 연관지을 수 있는 시어는 조지훈의 <승무>에 나오는 '별빛'이 될 수 있다.



▶생각하기


(1) 이 시에서 '불로 만나려 한다'의 시적 의미에 대해서 말해 보자.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세속적 욕망을 지니고 서로 대하려 한다는 뜻이다.


(2) 이 시에서 물의 지향점 '죽은 나무뿌리'와 '부끄러운 바다'가 뜻하는 바를 쓰라.

→'죽은 나무뿌리'는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로 인해 사라져 버린 것이고, '부끄러운 바다'는 순수성을 지닌 이상향의 세계를 의미한다.



▣ 시어 상징의미


󰋼 물 : '물'은 '나'와 '그대'라는 고립된 개체들을 '우리'로 합일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가뭄'으로 표상된 삶의 고독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 물은 유동적이고 서로 완벽하게 섞일 수 있는 성질을 지님.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 우리가 소망, 생명, 화합으로 서로 만난다면

󰋼 가뭄 : 삶의 삭막함, 고독감. 기계문명의 편의성, 이기주의로 메말라 가는 존재

󰋼 키 큰나무와 함께 서서 : 굳건한 의지를 지닌, 생명력 넘치는 존재로서 넉넉한 모습으로

󰋼 비 : 가뭄을 해소시키는 역할

󰋼 저 혼자 깊어가는 강물에 누워 : 삶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더욱 깊어져

󰋼 죽은 나무 뿌리 :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로 인해 사라져 버린 것

󰋼 만리밖 : 내가 갈망하는 세계

󰋼 부끄러운 바다 : 순수성을 지닌 이상향의 세계

󰋼 저 불 지난 뒤에 : 부정적인 것들이 타 버린 곳에서

󰋼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 파괴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 넓고 깨끗한 하늘 : 시적 화자의 지향의 세계.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 합일의 세계

󰋼 불 : 희망적인 삶의 모습인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실체. 우리의 삶을 병들게 하고, 서로에게 갈등을 안겨 주는 이념, 죽음, 그리고 모든 부정적 현상. 삶의 고독과 절망을 가중시키는 허무의 존재



▣ 내용 연구


우리가 물[생명, 조화, 화합, 생성, 정화, 순수의 상징하는 이미지로 새 생명을 부여하는 실체, 맑은 정신으로 '물'은 강물, 바다로 확장되면서 생의 근원이자 완전한 합일의 공간인 '하늘'로 연결되고 있다.]이 되어 만난다면['~다면'과 같이 가정법 어미를 네 번씩이나 반복한 이유는 소망의 강렬함과 현실의 부정적 측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가문[인간성이 메마른 상황] 어느 집[가문 것은 메마름과 통하고, 비정함을 상징하며 비정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넉넉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있고 싶은 존재로, 우리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물'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을 의미하며, 불순한 것을 제거할 수 있는 물의 속성을 청각적으로 표현(表現) - 뒤의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와 대응]로 흐른다면. -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소망, 물과 합일을 지향함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기]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삶의 과정 또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순한 것들이 걸러진 생명의 공간]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물이 적셔 주어야 할 것으로,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로 사라진 것]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 : 결혼하지 아니한 성년 여인으로 이곳에서는 깨끗함, 순수함을 상징함]인


부끄러운 바다[화자가 소망하는 새로운 공간이자, 순수성을 지닌 이상향의 세계이며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새로움을 지님]에 닿는다면. -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미래의 소망, 순수와 합일의 세계 추구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보통 '불'의 이미지는 갈등, 투쟁, 죽음, 파괴, 파멸, 희생, 살육, 소멸의 상징한다. 그러나 여기서 사물을 태우는 속성을 가진 '불'은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태워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세계의 부조리의 모순에 맞서 대결의 정신을 상징함]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불로 소멸된 존재로, 현대인의 메마른 삶, 황폐한 삶을 상징하는 것]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불'의 충동성과 강렬함을 부드러움으로 감싼다는 의미임]. - 물이 되어 만나야 하는 현재의 상황, 대결과 증오로 만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그대와의 단절된 거리감으로 물이 되어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암시]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궁극적인 생의 지향이 물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말로 시적 화자가 가뭄이나 불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불의 시기를 거친 뒤에 물로 만나자는 다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대립과 갈등의 종식. 청각적 심상]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현재의 인간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음]


넓고 깨끗한 하늘[물이 지닌 화합, 포용, 순수의 이미지가 넓고 깨끗한 하늘의 이미지와 연결된 것으로 '하늘'은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향으로 인간의 욕망이 사라진 순수의 세계, 완전한 합일(合一)과 생명(生命)의 공간을 의미(意味)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세계를 가리킴/ 서정주의 '추천사' '산호도 섬도 없은 저 '하늘'과 유사함]로 오라. - 완전하고 충만한 만남에 대한 소망



▣ 감상 초점

<1> 만남이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너와 네가 만나 합쳐져야 우리가 될 수 있고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너와 나의 만남이 우리를 만들고 그 무수한 우리가 만나 세상을 이루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시인은 물로 만나기를 원한다. `가문 집'에서 반가와 하는 물, 키 큰 나무와 함께 서는 비와 같은 물이 되어 만나기를 원한다. 물은 갈증을 없애 주고 하늘에서 축복처럼 내려온다. 뿐만 아니라 물은 풍요한 덕성을 지니고 있어서 죽은 나무의 까칠한 뿌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기도 하며 깊은 강으로 흐른다. 물은 혼자인 법이 없다. 혼자서는 흘러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은 서로 만나 세상을 적시며 강으로 흐르고 이윽고 바다에 닿는다.

- 풍요하고 부드러운 물로 만나려는 시적 화자의 소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는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 불의 속성은 물과 달리 파괴적이며 징벌적이고 가혹하다. 불의 열기는 뜨겁고 그 빛은 화려해서 종종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불에 닿는 것은 파손을 면할 길이 없다. 물이 모성적인 부드러움으로 포용하며 유연한 흐름을 가지는데 반하여 불의 강렬한 에너지는 `검은 뼈'와 같은 앙상한 잔해를 남기기 마련이다. 시인은 불의 열정적인 힘이 지나간 뒤 물로 만날 것을 희망한다. 불이 사라진 뒤의 고요한 세상을 흐르는 물은 맑고 깨끗한 심상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불의한 것을 불이 일소해 버린 뒤 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새로운 창조를 기약할 수 있다.


- 거친 불 뒤의 물은 새로운 재생을 상징한다. 물로 만나자는 뜻에는 불의 광포한 열기가 종식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후의 평화로움에 대한 기대가 부여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불의 강렬함은 넓고 깨끗한 세상을 위하여 필요한 하나의 통과제의와 같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이 희구하는 것은 물과 불로 정화(淨化)된 맑은 세상이다. 풍요하고 맑은 물로 만나는 의미의 진정함은 탁하고 어지러운 것이 사그러진 후의 순결한 재생에의 기대에서 온전하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유지현]



<2> 지금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메마른 가뭄처럼 살고 있다. 이 때 서로 물이 되어 만나고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우리가 서로 물이 되어 흐르고 흘러서 강물이 되어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로 사라진 것들을 적시고 바다에 닿는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우리는 지금 파괴와 살육의 불 앞에 서 있다. 벌써 어떤 것들은 숯이 된 뼈가 되어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다. 현실은 불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지배를 받고 있다. 저 불이 지난 뒤에 우리 물로 만나자.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올 때에는 포용력 있고 순수한 마음이 되어서 만나자로 풀어 읽을 수 있는 이 시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개성 있는 발상에 의해 '만남'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나'와 '너'를 '우리'로 합일(合一)시킬 수 있는 매체인 '물'의 현상에 비겨 노래했다. 곧 이 시는 이별의 슬픔이나 고통, 한스러움의 부정적인 상황을 탈피하여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물이 되어 만난다는 것은 불같이 서로 다투던 욕심과 미움을 버리고 만난다는 것을 말한다.


- '물', '불', 그리고 '불'을 감싸는 '물'의 세계, 따라서 보편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물', '불'이 시의 중심이 된다.


- 이 시에서 ‘물’은 주체와 객체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매체이며, '가뭄'으로 상징되는, 기계 문명의 편의성에 물들어 타인과의 교감 없이 메말라 가는 삶의 고독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이 유동적이면서 서로 완벽하게 하나로 섞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물로 만나 흐를 때, 비로소 힘을 지니어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에 찌들어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 다시 말해서 '물'로 상징되는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태워 버릴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3연에서 '불'로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불'은 무엇인가? '불'은 삶의 기본 원리가 되는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으로 죽음, 파괴, 파멸 등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방향을 상징한다.  또한, '불'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에 맞서는 대결의 정신을 의미한다. 그 때,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불이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태우고 지나간 후에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흐르는 물'로 만나자는 것은 단순한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 합일에의 희구라 할 수 있다.



▣ 평가 학습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은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성화한 작품이다. 독자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세상을 다각도로 성찰하거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인생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모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이기주의, 무관심, 물질적 가치에 기울어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러한 현실에서 독자 자신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는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지도의 핵심


 이 단원에서는 작품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융합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자신의 삶에서 내면화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작품의 의미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면서 인생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모색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비평문이나 감상문 쓰기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 방식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자가 쓴 글을 돌려보면서 서로의 견해와 주장에 대해 토론해 보게 하는 활동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3) 작품 연구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물과 불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물'은 '나'와 '그대'라는 고립된 개체들을 '우리'로 합일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가뭄'으로 표상된 삶의 고독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또한 '물'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 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 섞여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로 흘러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맛보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고 했다. 시인은 '물'로 상징되는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태워 버릴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3연에서 '불'로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물과 대조되는 불이라는 심상을 들고 나와  먼 미래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모든 부정한 것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불이 지나가고 난 후 모든 사람들이 '만리 밖'의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마침내 '흐르는 물'로 만날 것을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이 지향하는 '넓고 깨끗한 하늘'이란 바로 완전한 합일과 충만한 생명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새로운 창조적 만남의 공간을 상징한다



▣ 친해지기


◐ 가장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시구 하나를 들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과 그 이유를 가볍게 발표하게 함으로써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품 수용을 유도하기 위한 활동이다. 작품의 수용은 독자의 심미적 취향이나 경험, 가치관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예시 답안 : '벌써 숯이 된 벼 하나가(3연 3행)' : 일반적으로 시어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이 시구는 강렬하고 거센 느낌이 드는 '숯', '뼈' 등의 시어가 사용되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물로 만나야 하는데 불로 만나려 하기 때문에 결국은 까만 숯덩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바른 길을 걷지 않을 때 우리에게 돌아올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말하려고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 꼼꼼히 읽기


  생명을 낳는 만남, 순수한 만남을 독특한 시상(詩想) 전개로 노래한 시이다. '나'와 '너'가 '물'이 되어 만나면 진정한 '우리'로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셔 살리는 생명의 만남이 되고 처녀인 바다에 닿은 것처럼 원초적이 만남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고 했다. 물과 대조되는 불이라는 심상을 들고 나와 먼 미래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모든 부정한 것들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와 현재에 대한 거대한 역사적 시각에서 불의 시간을 지나서 진정한 만남을 할 수 있는 때를 기원하고 있다.

  


1. '물'과 '불'의 이미지를 있는 대로 들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시어의 보편적 이미지를 생각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이 시 전체의 핵심이 되는 대립적인 이미지를 파악해 보게 하는 활동이다. 사물에 대한 이미지 역시 개인의 경험이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하다. 아울러 이 시에 사용된 두 시어가 각각 어떠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할 필요가 있다


풀이 :

  - '물'의 이미지 : 화합, 생성, 조화, 생명, 만남 등

  - '불'의 이미지 : 갈등, 소멸, 투쟁, 죽음, 이별 등


탐구 / 비평적 글쓰기를 통한 내면화 


  대부분 직관으로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기 때문에 시의 수용이 독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어떤 가치 있는 자질로 내면화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시를 읽으면 성정(性情)이 도야(陶冶)된다는 것은 오래 된 이론이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이미지 하나에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고, 구절 하나에 심금이 울리 수 있다. 시인의 눈을 따라가 보면 세상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할 수 있고, 시를 읊조리면 영혼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눈뜸과 울림의 지속을 위해서는 그 통찰과 감동을 글로 써야 한다. 글로 써서 객관화해 보고, 쓰면서 분석해 보아서 울림과 깨달음이 어디서 연유하고, 그것이 어떤 것임을 스스로 자각한다면 그 울림과 깨달음은 독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의 하나로, 독자가 세상과 정서적으로 합치하는 방법의 하나로 내면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 비평적 글쓰기

  문학 작품에 대해 자신의 사고한 바를 깊이 있게 써 나가는 글로, 일정한 형식이나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글쓰기 유형이다. 흔히 말하는 '쓰기'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작품의 어떤 한 면모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외곬으로 파고들면 된다.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깊은 인상을 받아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늘어놓아도 좋고 사건의 진행 과정에 스치듯 등장하는 엑스트라의 행위나 존재에 대해 물고 늘어져도 좋은 것이 비평적 글쓰기이다.


- 비평적 글쓰기를 통한 내면화

  독자가 시를 수용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 있는 자질로 내면화되었는지를 쉽게 알 수는 없다. 그저 시인의 눈을 따라가 보면 세상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하기도 하고, 시를 읊조리면서 자신의 영혼을 위로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울림과 깨달음의 지속을 위해 그 통찰과 감동을 글로 써야 한다. 글로 써서 객관화해 보고, 쓰면서 분석해 보아서 울림과 깨달음이 어디서 연유하고, 그것이 어떤 것임을 스스로 자각한다면 그 울림과 깨달음은 독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의 하나로, 독자가 세상과 정서적으로 합치하는 방법의 하나로 내면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다양한 글쓰기 방식으로 실천함으로써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한 바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상 생활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감동 등을 써 보도록 지도한다. 학생들마다 깨달음이나 감동이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글을 서로 돌려 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서로 상반된 견해나 주장이 있으면 타당한 근거를 들어 반박해 보는 토론 학습도 낼 필요가 있다.



2. 이 시를 대상으로 아래의 기준에 따라 비평적 글을 써 보자.


·각자가 이 시를 이해하고 감상한 바를 평이하게 서술한다.

·이 시의 주제에서 오늘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각작 파악한 대로 제시한다.

·각자가 쓴 글을 돌려 보고, 서로의 견해와 주장에 대해 토론해 본다.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서 얻은 감동이나 깨달음 등을 자신의 생활에 투사하여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해 봄으로써 내면화하도록 하는 쓰기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시의 주제와 관련된 오늘날 인간과 인간 관계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하고,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근거를 들어 밝히도록 지도한다. 또한 서로의 견해와 주장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박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 만남이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너와 네가 만나 합쳐져야 우리가 될 수 있고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너와 나의 만남이 우리를 만들고 그 무수한 우리가 만나 세상을 이루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시인은 물로 만나기를 원한다. `가문 집'에서 반가와하는 물, 키 큰 나무와 함께 서는 비와 같은 물이 되어 만나기를 원한다. 물은 갈증을 없애 주고 하늘에서 축복처럼 내려온다. 뿐만 아니라 물은 풍요한 덕성을 지니고 있어서 죽은 나무의 까칠한 뿌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기도 하며 깊은 강으로 흐른다. 물은 혼자인 법이 없다. 혼자서는 흘러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은 서로 만나 세상을 적시며 강으로 흐르고 이윽고 바다에 닿는다.

- 풍요하고 부드러운 물로 만나려는 시적 화자의 소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는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 불의 속성은 물과 달리 파괴적이며 징벌적이고 가혹하다. 불의 열기는 뜨겁고 그 빛은 화려해서 종종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불에 닿는 것은 파손을 면할 길이 없다. 물이 모성적인 부드러움으로 포용하며 유연한 흐름을 가지는데 반하여 불의 강렬한 에너지는 `검은 뼈'와 같은 앙상한 잔해를 남기기 마련이다. 시인은 불의 열정적인 힘이 지나간 뒤 물로 만날 것을 희망한다. 불이 사라진 뒤의 고요한 세상을 흐르는 물은 맑고 깨끗한 심상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불의한 것을 불이 일소해 버린 뒤 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새로운 창조를 기약할 수 있다.

- 거친 불 뒤의 물은 새로운 재생을 상징한다. 물로 만나자는 뜻에는 불의 광포한 열기가 종식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후의 평화로움에 대한 기대가 부여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불의 강렬함은 넓고 깨끗한 세상을 위하여 필요한 하나의 통과제의와 같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이 희구하는 것은 물과 불로 정화(淨化)된 맑은 세상이다. 풍요하고 맑은 물로 만나는 의미의 진정함은 탁하고 어지러운 것이 사그러진 후의 순결한 재생에의 기대에서 온전하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유지현]



▣ 시야 넓히기


탐구 / 생활에서 주제 성찰하기와 내면화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그것을 내면화하는 방법에는 문학을 떠나 일상 생활에서 작품의 의미나 시각을 적용해 보고, 조절해 보는 것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이 시에서 노래한 바 '물'의 이미지로 벗을 만나며, 타인을 대할 때, '물'이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하는 그런 마음으로 대하는지 성찰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내면화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내면화 : 독자가 작품의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융합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세상을 다각도로 성찰할 줄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생활에서 주제 성찰하기와 내면화 : 문학을 떠나 일상 생활에서 작품의 의미나 시각을 적용해 보고 조절해 보는 내면화 활동을 말한다. 나도 가문 집에서 물을 만났을 때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타인을 대했는지, '물'이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하는 그런 마음으로 타인을 대했는지 성찰하는 것도 생활에서 주제를 성찰하여 자신을 내면화하는 활동인 것이다.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서 다룬 가치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작품에서 얻어진 가치를 자신의 삶에 투사하여 세계관을 넓히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도한다.


1. 이 시에서 노래한 '불'의 이미지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글을 써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서 다룬 가치를 자신의 삶의 가치로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이 시에 나타난 '물'과 '불'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고, 자신의 삶의 자세와 관련하여 글을 쓰게 한다.


예시 답안 : 산업화의 진전과 인구의 집중, 그리고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결속되는 집단이 늘어나면서 현대 사회는 이기주의적이고 물질적 가치에 기울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사람들의 관계가 건조해져 익명적 존재로 전락하는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되고 때로는 이익 획득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진정한 인간 관계를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나 역시 이웃에 누가 살고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이 살아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따뜻한 인간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인간 관계를 해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표현하기


◐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여 '우리가 물이 되어'에 어울리는 그림을 함께 그려 친구에게 보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문학을 생활화하는 실천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문학은 그 자체만으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작품의 내용을 그림으로 잘 표현 지도한다. 학생들마다 작품에 대한 이해나 감상이 다를 수 있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발표하도록 한다. 그리고 왜 그러한 그림을 그렸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게 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이를 평가하게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별빛 쏟아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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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잘 보이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지금 창을 열고 밤 하늘을 보십시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요. 도심의 밤 하늘은 별을 감추고 있지만, 그대가 보지 못할 뿐,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다음 다시 눈을 크게 떠 보십시오.

보입니까?

고개 들고 동쪽 하늘을 보시죠.

오리온과 여신 아르테미스는 서로 다가가려 하지만 점점 멀어질 뿐입니다. 밤 하늘에 새긴 그들의 애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까.

어린 시절 밤 하늘 보며 이름지어 주던 크고 아름다운 자신의 별.

찾아보아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그대 아직 가슴에 별 하나 묻어 두고 있겠지요?


▣ 정리 학습


1. 독자가 작품으로부터 받은 심미적 자극과 이에 대한 독자의 여러 가지 반응이 어우러져 작품의 의미가 독자의 마음 속에서 실현되는 것을 '수용'이라고 한다.


2. 작품의 수용 활동은 작가, 작품, 독자를 주요 요소로 한 복합적인 관계와 맥락 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3. 작품을 수용하는 관점은 다양하다. 작가의 생애나 사상과 같은 전기적 사실에 주목하여 수용할 수도 있고, 작품에 나타난 세계가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주목하여 수용할 수도 있으며, 작품이 독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여 수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작품 내부의 언어와 구조에 주목하여 작품을 수용할 수도 있다.


4. 문학 작품을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만 수용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의 총체적 의미를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