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본문스크랩] [소설] 최명희 <혼불>

심자한 2010. 3. 7. 03:57

 최명희 <혼불>


☞ ‘혼불’의 의미

(1) 전라도 방언으로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 나간다고 하는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함.

(2) 우리의 전통, 삶, 민중들의 생활 양태와 같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정서를 상징함.


◆ 줄거리 ◆

  1930년대 말 전북 남원의 양반촌인 매인 마을에는 상민들이 사는 거멍굴이 있다. 이 마을의 상민들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간다. 매인 마을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이씨 문중의 종부(宗婦) 청암 부인인데, 그는 혼인한 지 일 년 만에 청상이 되어, 남편의 동생인 이병의의 장자 이기채를 양자로 맞았다. 이기채는 청암 부인을 극진히 모시건만, 이들의 가세(家勢)는 점점 기울고 만다. 이기채는 장가를 가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의 이름은 강모이다. 그런데 종가의 장손으로 태어난 강모는 사촌 동생인 강실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강모는 허효원과 결혼을 했을지언정 강실이를 잊지 못한다. 결혼 후 허효원 역시 강모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 이들은 5년간이나 합방을 하지 않는다. 이때 강모는 징병을 피해 만주로 가게 되는 한편 청암 부인은 병세의 악화로 결국 죽고 만다. 사촌형 강태와 함께 만주에 도착한 강모는 그곳에서 심진학 선생을 만나 참담한 고국의 현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심진학은 일본의 억압이 극에 달하더라도 그것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편 거멍굴의 상민들은 양반촌 사람들에게 억눌려 살아왔던 것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상민 춘복이는 이씨 문중의 강실이를 겁탈하고 이에 강실이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 작품 감상의 길라잡이 󰏊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 전라북도 남원의 한 유서 깊은 가문 '매안 이씨' 문중에서 무너져 가는 종가(宗家)를 지키는 종부(宗婦)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 마을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만 17년간에 걸쳐 완성된 대하소설(大河小說)인 이 작품은 근대사의 격랑(激浪) 속에서도 전통적 삶의 방식을 지켜 나간 양반 사회의 기품, 평민과 천민의 고난과 애환이 생생하게 묘사하였으며, 소설의 무대를 만주로 넓혀 그곳 조선 사람들의 비극적 삶과 강탈당한 민족혼의 회복을 염원하는 모습 등을 담았다. 또한 호남 지방의 혼례와 상례 의식, 정월 대보름 등의 전래 풍속을 세밀하게 그리고, 남원 지역의 방언을 풍부하게 구사하여 민속학 · 국어학 · 역사학 · 판소리 분야 학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일제 가혹한 수탈과 악랄한 지배가 더욱 극성을 떨던 일제 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억압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꺼진 혼불을 환하게 지펴 올리고 우리 한국인들이 면면이 가꾸어 온 세시 풍속, 관혼상제(冠婚喪祭), 음식, 노래 등 민속학 · 인류학적 기록들을 아름다운 모국어(母國語)로 생생하게 복원해 내면서 대하 서사시적인 규모로 사건 중심이 아닌 이야기 중심의 소설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최명희 <혼불> -2-


◉ 등장인물 ◉

(1) 청암 부인 : 이씨 문중의 종부(宗婦)로 결혼한지 1년 만(19살)에 청상과부가 되어 이기채를 양자로 들임

(2) 이기채 : 청암 부인의 시동생 이병의의 장자이나 청암 부인의 양자가 됨.

(3) 강모 : 이기채의 아들로 청암 부인의 손자. 이씨 문중의 장손

(4) 허효원 : 강모의 부인. 청암 부인에 이어 이씨 가문의 종부가 됨.

(5) 강태 : 강모의 사촌형

(6) 춘복 : 이씨 문중의 지배를 받던 상민이나 후에 강실을 겁탈함.


☞ ‘혼불'에 나타나는 인물의 계층성

  이 작품에는 크게 두 계층의 인물군이 제시되는데, '매안 이씨 가문'으로 대표되는 양반 지주 계층과 이들에게 소작을 부치며 사는 '거멍굴[黑谷]'의 상민 계층이 그것이다. 이 두 계층은 이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까지는 공생 관계로 어느 정도 그 관계가 유지되어 왔지만 일제 강점하에서 이씨 가문이 몰락하면서부터 그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다.


 ▦ 내용 고갱이 ▦ 

1. 갈래 : 장편 대하소설(5부 10권).

2. 표현상 특징

(1) 한국인의 풍속사, 생활사, 의례와 민간 신앙의 백과사전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 준 작품으로 평가됨.

(2) 풍부한 고유어와 방언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여 토속적인 정취와 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음.


최명희 <혼불> -3-


 ▣ 어휘 깁고 더하기 ▣

*광목 호청 : 무명 올로 당목처럼 폭이 넓게 짠 베

*부연 안개 : 안서방네의 입에 담긴 물이 내뿜어져 호청에 가라앉는 모습을 비유

*신행 : 혼인 때 신랑이 신부 집에 가거나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감.

*교군꾼 : 가마를 메는 사람

*하님 : 여자 종들이 서로 존대하여 부르는 말

*흰 덩 : 신행 가는 가마를 흰색으로 치장함으로써 신랑이 죽은 사람임을 상징함. ‘덩’은 옹주나 공주가 타던 가마.

          로부터 우리나라는 상을 당했을 때 흰 옷을 입었으며 청암 부인도 흰 소복을 입고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워야 할 신행길의 가마가 ‘흰 덩’이라는 것은 신랑이 죽었음을 암시함.

*“아이고메, 신부가 과분가아? 벨 일이여이.~하나도 이쁘도 안허고, 구신도 같고?”

: 청암 부인의 신행길에 얽힌 일화의 시발점으로 호기심 많은 민촌 아낙이 흰 가마에 대한 관심 때문에 청암 부인을 들여다보며 한 말이다. 이는 청암 부인의 처지와 외양을 민촌 아낙이라는 제3자의 눈을 통해 간접적(객관적)으로 제시한 것임.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는 전초 역할을 함.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함.

  앞으로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할 것임을 암시함.

*영색 : 용모와 안색

*아낙은 그만큼 야단스럽게 놀라며 낄낄거렸다.

: 억지로 참으려다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가리키는 의성어로 아낙의 이러한 버릇없는 행동이 부인의 화를 부르고 있다.

*비실비실하는 아낙을 가마 앞까지 데리고 왔을 때

: ‘비실비실’은 힘이 없어 흐느적 비틀거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이 표현이 쓰인 것은 아낙의 몸 상태가 나빠진 것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청암 부인의 대단한 기개와 위엄에 눌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임.

*반면에 청상의 안색은 새파랗게 바래는 것이었다.

: 부인의 강하고 날카로운 기세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색채어임.

*창졸간(倉卒間) : 미처 어찌할 수 없이 매우 급작스러운 사이

*일별 : 한 번 흘낏 봄.

*교전비 : 지난 날 혼례 때 새색시를 따라가던 여자 종



☺··· 주제는 바로 ☞ 이씨 가문 삼대의 굴곡진 삶을 통해 나타나는 우리 민족의 혼